‘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힘은 마거릿 미첼(1900~1949)의 원작소설(1936)과 영화(1939)를 통해 이미 검증됐다. 성경을 제외하면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은 배우 비비언 리(1913~1967)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쥐어 준 작품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철없던 소녀 오하라가 남북전쟁(1861~1865)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가 큰 줄기다. 이 과정에서 세 남자와 결혼하고 헤어지는 멜로드라마이기도 하다.
아시아에선 처음, 뮤지컬로 제작된다는 사실에 팬들의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바랐던 걸까. 지난 8일 뚜껑이 열린 뒤 뮤지컬 ‘바람과…’엔 “화려한 포장지에 메시지가 사라진 작품”이란 평가가 줄을 잇는다.
뮤지컬 ‘바람과…’는 영화 하이라이트 장면을 모은 듯하다. 1000페이지가 넘는 원작, 영화의 러닝타임(3시간 50분)을 2시간 20분으로 줄이려다 보니 개연성이 떨어지고 내용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렵다. 남자 주인공 레드 버틀러가 오하라의 허리를 꺾고 격렬하게 키스하는 장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라고 말하는 오하라의 외침 등 영화를 통해 익히 알려진 장면이 무대에 옮겨지는데 그 이상의 감동을 주지 못한다. 버틀러의 방탕한 삶을 표현하기 위해 등장한 술집 장면, 어린 하녀 프리시의 긴 독무 등에선 무엇을 이야기 하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가장 아쉬운 것은 주인공 오하라의 변화와 성장에 대해 관객이 설득당하지 못하고, 물음표를 짓게 만든다는 점이다. 뮤지컬에선 당시 미국에 존재했던 노예들이 자유를 외치는 장면이 또 다른 축으로 도드라졌지만 오하라의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한다.
오하라 역의 바다(본명 최성희·35)와 소녀시대 서현(본명 서주현·24)의 연기는 절정으로 갈수록 과하다는 느낌을 주고 버틀러로 뮤지컬 무대에 첫 도전장을 내민 주진모(42)의 대사 전달력과 노래는 아쉽다. 함께 이 역을 맡은 김법래(45)와 임태경(42)이 캐릭터에 잘 스며든 편이다. 전반적으로 애슐리 역의 마이클리(41)와 정상윤(34), 멜라니 역의 김보경(33)과 유리아(27)의 연기가 돋보인다.
라이선스를 들여오면서 배경 음악을 오케스트라가 실제 연주하지 않고 녹음된 연주 음악, 이른바 MR을 사용하는 조건이 걸렸다. 이 때문에 배우들의 노래와 대사 톤을 배경음악이 세심히 살리지 못해 또 한 번 아쉬움을 남긴다.
원작 팬들로부터 쓴 소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원작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이 관람 전 원작을 꼼꼼히 숙지한다면 ‘바람과…’라는 이름의 갈라쇼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은 받을 수 있겠다. 공연은 다음달 1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계속되고 부산 시민회관 대극장에서 3월 17일부터 22일까지 이어진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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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로 변신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기대가 너무 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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