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정동영의 탈당...진보진영 분화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DY) 상임고문이 11일 탈당을 선언하고 재야와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진보성향 신당에 합류했다. 2007년 제1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던 정 고문이 7년 후 제1야당을 떠난 것이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시작으로 4번째 탈당이다. 그가 야권에 새바람을 일으킬지, 정치적 미아로 정계를 은퇴할지 주사위는 던져졌다. 전직 국회의원 5명도 신당에 동참한다. 신당은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방침이어서 야권의 분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DY, “새정치연합은 중도·우경화의 늪에 빠졌다”=정 고문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랜 고민 끝에 ‘국민모임’의 시대적 요청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며 “국민모임이 지향하는 합리적 진보 정치, 평화생태복지국가의 대의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정치연합과 진보정당들을 넘어 새로운 큰 길을 만들라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며 “정치 인생의 마지막 봉사를 이 길에서 찾겠다”고 말했다. 국민모임은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장, 영화감독 정지영씨 등 100여명이 참여한다.

정 고문은 세월호 협상, 용산 참사, 비정규직 문제 등을 거론하며 새정치연합의 보수·우경화를 비판했다. 그는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중상층’(中上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새누리당 따라하기를 하고 있다”며 “야당성마저 사라져 국민의 기대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최규식 김성호 임종인 전 민주당 의원과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도 신당에 합류한다. 고심 중인 천정배 전 의원까지 탈당할 경우 파장이 한층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야권 정계개편 분수령으로 떠오른 4월 보궐선거=정 고문은 4월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모임은 호남 텃밭인 광주를 포함해 경기 성남, 서울 관악 등 3곳에 후보를 내기로 냈다. 정 고문이 깃발을 들고, 전직 의원들이 합세하면서 신당의 모양새는 일단 갖춰졌다. 국민모임은 이르면 이번 주 창당준비위를 꾸릴 예정이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 명망가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에는 ‘안철수 신당’이, 올해 초는 ‘정동영 신당’이 야권을 강타한 것이다. 하지만 신당의 성패는 국회의원 선거에 내세울 만한 신선한 인물을 얼마나 영입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안철수 신당’ 역시 인물 영입에 실패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대세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신당이 국회의원을 한 석이라도 배출하거나 선전을 한다면 야권은 정개개편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야권 후보 난립으로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압승할 경우에는 새정치연합 차기 지도부가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된다. 안 의원 주변과 비노무현계의 신당파가 움직일 여지도 있다.

◇당혹스러운 새정치연합=새정치연합은 “매우 안타깝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정 고문을 기다리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울산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차기 당대표 후보들은 유감을 표시했다. 문재인 의원은 “당내에서 진보적 방향을 이끌도록 노력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내부 계파갈등의 고리가 너무 심했던 것 아닌가 깊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인영 의원은 “탈당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며 “어려운 곳에서 혁신하는 게 진짜 혁신”이라고 비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