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관중들은 북한 인공기를 흔들었다. 한 관중은 붉은색 팻말에 북한 축구대표팀 골키퍼 리명국(29·평양)의 영문명을 쓰고 하트를 그렸다.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로 변장한 동아시아계 관중은 한 손을 들고 흔들면서 북한 선수들을 격려했다. 우리나라와 혼동한 듯 얼굴에 태극무늬를 그린 관중도 있었지만 응원 대상은 하나같이 북한이었다.
지난 10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북한 선수들은 개최국 호주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대결했다. 북한 선수들을 향한 호주 관중들의 응원은 선수 입장식 때부터 뜨거웠다.
북한 선수들이 우즈베키스탄 선수들과 나란히 줄지어 그라운드로 등장하자 호주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관중석 한쪽을 가득 채운 우즈베키스탄 응원단과 대조적으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북한 응원단을 호주 관중들이 자처하고 있었다.
북한은 선전했다. B조 최강 우즈베키스탄의 파상공세를 전·후반 90분 내내 견뎠다. 후반 17분 우즈베키스탄 공격수 이고르 세르게프(23·팍타코르 타슈겐트)에게 결승골을 허용했지만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골문을 정확하게 노린 공격수 박광룡(23·바젤)의 헤딩슛이 우즈베키스탄 골키퍼 이그나티 네스테로프(32·부뇨드코르)의 선방에 가로막힌 반격의 순간도 있었다. 결과는 북한의 0대 1 석패. 호주 관중들은 마지막까지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11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네티즌들은 “호주 관중들이 어째서 북한을 응원하는 것인가” “호주에서 인공기를 흔들어도 괜찮은가” “북한의 선전은 호주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덕이다” “호주 관중들이 북한을 응원하는 척하지만 속내는 8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우즈베키스탄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은 우즈베키스탄 네티즌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어 댓글이었다.
북한이 우즈베키스탄과의 1차전을 최소 실점으로 끝내면서 B조의 판세는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더욱이 같은 날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같은 조 1차전에서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1대 0으로 격파하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판세는 더 혼탁해졌다. B조는 우즈베키스탄과 중국(이상 승점 3·골 +1)의 공동 1위, 북한과 사우디아라비아(이상 승점 0·골 -1)의 공동 3위로 조별리그에 돌입했다.
◇북한과 우즈베키스탄의 2015 호주아시안컵 B조 1차전 하이라이트 영상 (AFC 유튜브 채널)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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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아시안컵 Day3] “호주에선 인공기 흔들어도 괜찮아?”…이유 있는 북한의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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