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6)씨는 토요일 아침을 설거지로 엽니다. 노란 앞치마를 허리에 두르고 빨간 고무장갑을 두 팔에 두른 김씨는 제법 능숙한 솜씨로 싱크대에 가득 쌓인 식기를 씻어냅니다. 접시를 건조대로 한 장씩 쌓을 때마다 김씨의 마음도 한 움큼씩 뿌듯해집니다.
김씨는 설거지를 끝내고 창문을 활짝 엽니다. 먼지를 털고 바닥을 쓸기 위해서죠. 수년간 김씨에게 끌려 다닌 진공청소기의 상태는 좋지 않습니다. 호스는 찢어져 테이프로 때웠고 바퀴는 문지방에 걸려 흠집이 났습니다. 그래도 김씨는 어렵지 않게 진공청소기를 끌고 안방구석부터 먼지를 빨아들입니다. 바닥 쓸기가 끝나면 스팀청소기로 바닥을 닦습니다. 반짝반짝하게 빛나는 바닥에 김씨는 흡족합니다.
청소를 끝낼 때쯤이면 세탁기의 알람이 울립니다. 김씨는 설거지와 청소를 하면서 세탁기를 돌렸습니다. 김씨는 세탁을 하면서 설거지와 청소를 하면 가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베테랑입니다. 수년간 쌓은 노하우죠. 김씨는 축축한 옷을 꺼내 빨래 건조대에 널고 창문을 닫습니다. 집안일이 끝났습니다. 김씨는 본격적으로 주말에 돌입합니다.
김씨는 독신이 아닙니다. 아내와 아이가 있는 가장입니다. 김씨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아내는 육아에 전념합니다. 아내는 아이를 깨우고 씻깁니다. 보채는 아이를 달래며 옷을 입히고 집 앞 빵집으로 함께 나가 오후에 먹을 빵을 삽니다. 아내도 직장인입니다. 주중에 맞벌이를 하는 김씨와 아내가 가사와 육아의 역할을 분담한 것이죠. 아내는 이런 김씨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혹시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요.
올해 첫 주말인 지난 3~4일 인터넷에서는 집안일을 하는 남성의 성적 매력을 놓고 네티즌의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트위터의 경우 4일 오후부터 이 주제가 타임라인을 가득 채웠죠. 지난 2일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나비효과’에서 “남편이 집안일을 하면 집값이 폭락한다”는 주제가 던져지면서 벌어진 논쟁입니다. 방송이 주제로부터 결론을 이끌어낸 근거는 이렇습니다.
1. 남편이 집안일을 한다.
2. 남편의 성적 매력이 떨어져 아내의 성욕이 감소한다.
3. 성욕 감소로 출산율이 하락한다.
4. 출산율 하락이 집값 폭락으로 이어진다.
방송에 출연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가정적인 남성은 결점을 감추기 위해 가사를 돕는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근거를 보충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출연자인 일본인 방송인 사유리 후지타(35·여)는 “가사를 돕기 싫은 남성들이 꾸며낸 이야기”라고 반박했죠.
대부분의 네티즌은 사유리와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5일 SNS에는 “출산율 하락과 집값 폭락이라는 사회현상을 성역할과 성욕에 끼워 맞춘 억지 논리” “가사를 하기 싫은 ‘상남자’들의 주장에 불과하다” “배우자가 가사를 적극적으로 분담하면 없던 매력도 새롭게 생긴다”는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남편이 집안일을 하면 성적 매력이 떨어진다’는 논리의 개연성에 많은 의문이 집중됐습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걸레로 바닥을 닦는 장그래(임시환 분)나 앞치마를 두른 할리우드 남성 스타들의 사진을 올리고 “되레 성적 매력이 상승했다”는 의견도 나왔죠.
방송은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의 이론을 접목했습니다. 하지만 예능프로그램 특유의 흥미를 유발했을 뿐이죠. 방송이 제시한 근거나 비뇨기과 전문의의 설명은 모두 과학적 검증을 거쳤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남편의 가사 분담과 성적 매력을 놓고 비례 곡선을 그린 연구 결과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영국 바스대학교의 린 프린스 쿡 교수의 보고서에서 간접적인 대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쿡 교수는 미국과 독일의 가정을 연구한 보고서를 통해 “아내가 가계수입의 40%를 책임지고 남편이 가사의 40%를 분담한 가정에서 이혼 위험이 가장 낮았다”고 발표했습니다. 남편이 가계수입을 책임지는 기존의 성역할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가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해도 가정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성적 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가사를 외면하는 것보단 교양을 쌓거나 운동을 하는 편이 나을 겁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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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집안일하면 섹스어필이 없다고?”… 조금 이상한 남자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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