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홍제1동 주민센터 박영갑 동장은 지난해 2월 주민 함모(79) 할머니의 10평 남짓한 지하 셋방에 들어선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오물이 묻은 검정 비닐봉지 수백장, 경첩이 다 떨어져 나간 낡은 서랍장, 걸레짝이 된 신발 등 쓰레기가 천장까지 쌓여 있었다. 바퀴벌레 수백 마리가 그 틈을 비집고 다녔다. 쓰레기 더미를 헤치고 간신히 기어 들어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제때 버리지 않은 음식들이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허옇게 썩어가고 있었다. 박 동장이 쓰레기를 집어 들자 함 할머니는 “언젠간 다 쓸 것들”이라며 악다구니를 했다.
평소 잔병치레 하나 없이 늘 정정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동네 사람들을 만나던 할머니였기에 박 동장과 직원들의 충격은 더 컸다. 함 할머니는 물건을 병적으로 모으는 ‘저장강박장애’ 환자였다.
청소년기에 발병했지만 함 할머니 가족들은 습관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강박증은 날로 심해졌다. 가족들은 할머니를 홀로 남겨놓고 외국으로 떠났다. 함 할머니는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혼자 살았다.
주민센터에서는 함 할머니에게 일주일에 한 번 반찬을 전했다. 3년째 매주 얼굴을 마주하는 직원들에게 할머니는 한사코 집안을 보여주길 꺼렸다. 매번 현관문을 닫고 다세대주택 대문까지 걸어나와 반찬을 받아갔다. 이날은 몸살에 걸려 어쩔 수 없이 박 동장이 집안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평소 “이 근방에서 악취가 난다”던 주민 민원의 원인이 드러났다.
주민센터는 이날 이후 가정 방문을 주 3회로 늘렸다. 직원들은 “건강이 우려된다”며 할머니를 설득했다. 여덟 달 만인 지난해 10월 드디어 할머니의 마음이 움직였다. 함 할머니는 자발적으로 서울시립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했다.
함 할머니가 병원에 있는 보름 동안 홍제1동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새마을협의회, 이웃 주민들이 힘을 모아 대청소에 나섰다. 50ℓ짜리 대형 쓰레기봉투로 60여 봉지, 무려 3t의 쓰레기가 나왔다. 곰팡이로 얼룩진 벽과 장판을 도배하고 낡은 싱크대와 고장 난 전등도 바꿨다. 한 이웃 주민은 사비를 털어 가스레인지를 사왔다.
함 할머니는 깨끗해진 집에서 약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주민센터 김수현 주무관은 2일 “어르신이 이웃들 덕분에 살았다고 고마워하셔서 보람이 크다”며 활짝 웃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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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더미 속 독거노인 구한 홍제동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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