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영아 수술하다 동료와 싸운 뒤 뛰쳐나간 의사, 법원 판결은？

생후 4개월 된 영아의 심장 수술을 하다 동료 의사와 의견 차이 때문에 수술실을 나가버린 의사에게 정직 처분을 한 것은 정당했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최주영)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사 A씨가 “정직 1개월 처분을 취소하라”며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흉부외과 의사인 A씨는 지난해 10월 생후 4개월 된 여자 아이의 심장 수술을 책임지는 집도의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수술을 앞두고 환자는 전신마취 상태로 수술대에 누워 있었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의 호흡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의 튜브 종류를 놓고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와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 A씨는 자신이 선택한 튜브를 사용하기를 고집했지만 삽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언쟁이 벌어졌다. 그는 결국 수술을 못하겠다며 수술 중단을 선언했다.

다른 의료진이 ‘여기가 구멍가게인 줄 아느냐. 그럴 거면 개인병원을 차려라’며 다그치고 설득하기도 했지만 A씨는 수술실을 떠났다. 그는 전공의에게 집도의가 위경련이 나서 수술을 할 수 없게 됐다고 환자 보호자에게 설명하라고 시키기도 했다.

수술 중단 사태를 겪은 보호자는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 측은 500만원가량의 진료비를 감면해주고 추가 손해가 발생하면 보상하기로 했다. A씨는 이 일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일방적으로 수술을 취소한 행위는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처를 해야 할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도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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