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걸작 ‘우유 따르는 하녀’를 패러디한 미디어 작품(‘베르메르의 하루’) 연작이 족자처럼 전시장 복도에 길게 걸려 있다. 하녀가 붓는 우유는 맑은 소리를 내며 바닥 모를 심연으로 떨어진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초청작가 이이남(46)씨가 디지털시대의 낙관성을 담은 개인전 ‘다시 태어나는 빛’ 전을 16일부터 갖는다. 내년 2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는 열리는 전시에는 그를 스타작가로 키운 기존 비디오 아트 작품뿐만 아니라 새롭게 도전하는 설치 작품 등 신작 30여점이 선보인다.
15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씨는 ‘베르메르의 하루’에 대해 “생명이 끊어지지 않고 죽음 없는 영원으로 가는 걸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헌사를 담은 듯한 다양한 설치가 눈길을 끈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 ‘피에타’(1498년)를 차용한 설치 작품에선 마리아의 무릎 위에 600여 년 고요히 누워있던 예수가 마침내 품에서 벗어나 공중 부양했다. 그는 “예수는 성모의 품안에서 사실상 정지된 상태로 존재했다”며 “예수의 분리를 가능하게 한 건 디지털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조선시대 화가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동서양 명화를 차용한 비디오작품으로 유명한 그의 작업은 디지털 기술과의 연애와 다름 아닐 것이다. 2012년 ‘굿나잇 아날로그 굿모닝 디지털’을 선언한 이씨의 이번 신작은 디지털 기술의 긍정성에 대한 기독교적 해석인 셈이다.
영어 제목 ‘Reborn Light(재탄생하는 빛)’이라는 설치 작품은 직설적으로 미디어의 구원성을 형상화했다. 리버풀 FC 소속 흑인 축구 선수 마리오 발로텔리의 영상을 담은 TV 한 대가 수조의 물 속에 천천히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설치작품이다.
‘그리스도는 왜 TV를 짊어졌을까’라는 제목의 TV영상은 예수가 컬러 TV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가는 장면을 담은 것인데, 이번 신작의 철학적 배경을 설명하는 작품처럼 보인다.
전시작은 대부분 서양화의 명작을 차용한 것들이다. 빛을 주제로 하다 보니 동양화에서는 선택할 작품이 많지 않았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베르메르의 또 다른 걸작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17세기 스페인 바로크를 대표하는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등 친숙한 서양 명화들이 ‘이이남 표’ 패러디로 어떻게 재탄생했는지 살펴보는 건 흥미로울 것이다.
작가는 “미디어 작가라기보다는 설치작품까지 아우르는 현대 미술작가로 기억되고 싶다”며 “내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관에도 설치 작품을 출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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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그 생명의 성찰…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다시 태어나는…’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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