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인의 모습을 40년간 찍어온 프랑스 남자가 있다. 사진작가 로랑 바르브롱(한국명 박로랑·63)이다. 로랑은 한국을 사랑하고 태권도를 좋아한다. 한국말도 제법 잘한다. 아내와 며느리도 한국인이다. 그가 1970~80년대 촬영한 한국인 사진을 서울 종로구 인사길 갤러리나우에서 ‘파리 코레안’이라는 타이틀로 16일까지 선보인다.
그가 만난 한국인은 문화예술가들이 많다. 빵모자를 쓴 화가가 벤치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고 벤치 끝에 앉은 한 부인이 곁눈질을 하고 있다. 81년 5월 운보 김기창(1913∼2001) 화백이 모네의 정원이 있는 파리 근교 지베르니에서 스케치하는 장면을 포착한 작품이다. 83년 9월 파리의 한 호텔에서 찍은 영화배우 장미희의 젊은 시절 모습이 풋풋하다.
76년 10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영화배우 윤정희 부부가 식당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81년 11월 베르사유 궁 앞에서 선글라스를 쓴 노신사가 달리고 있다. 마라토너 손기정(1912∼2002)이다. 밖에는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는 손기정은 마라톤을 하듯 러닝을 한다.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이 허공에 손짓하는 포즈는 77년 8월 촬영했다.
로랑은 프랑스에 태권도를 보급한 이관영 사범에게 18세 때 태권도를 배우면서 파리에 거주하거나 잠깐 들르는 한인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판화가 송번수, 조각가 문신, 미술평론가 이경성, 화가 이만익, 건축가 승효상, 사진작가 김중만,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조중훈 대한항공 회장,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 등 100여명의 한국인을 사진에 담았다. 이 가운데 이번에 43점을 공개했다.
13일 전시장에서 만난 로랑은 “한국인들은 정이 많고 감성이 풍부해 표정을 재미있게 찍을 수 있다”며 “연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촬영한 사진에는 당시의 추억과 인연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가 추구하는 사진의 키워드는 ‘재미’와 ‘마음’이다. 로랑은 “재미가 없으면 찍지 않는다. 그리고 진정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마음이 우러나올 때 카메라를 든다”고 강조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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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사진전 프랑스 사진작가 로랑 바르브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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