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피할수 없는 술자리라면 건강 위해 ‘오오삼삼’ 법칙 지켜라

술자리가 많은 계절을 맞아 두통, 갈증, 속쓰림 등 숙취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술을 마시면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탓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불가피한 연말 술자리에서 건강을 지키는 요령을 서울K내과 김성권 원장(전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해장의 목적은 수분과 당분 보충=전통적인 숙취 해소법 중 하나가 ‘콩나물 국밥’에 ‘모주’를 먹는 것이다. 모주는 한약재를 넣고 끓인 막걸리로 단 맛이 난다. 콩나물에 함유된 아스파라긴산도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미국인들은 찬 콜라나 레모네이드를 마신다. 모두 수분과 당분이 많은 음식 또는 술이다.

음주 뒤 목이 마르고 심한 두통이 나타나는 이유는 주로 저혈당, 불순물, 수분 부족 등에서 비롯된다.

식사 후 2~3시간 지나면 혈액 속 당(糖)은 에너지로 대부분 소모된다. 이 상태에서 당분을 외부에서 추가로 공급하지 않으면 간 속에 저장돼 있던 ‘글리코겐’을 당으로 전환해 혈당을 유지시킨다. 간의 글리코겐도 8~9시간 쓸 분량 밖에 안 된다. 그 이후에도 당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저혈당이 생긴다.

간의 글리코겐을 당으로 전환시키려면 여러 효소가 필요한데, 술을 마시면 이 효소들의 활성도가 떨어져 글리코겐이 당으로 잘 전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저혈당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저혈당의 주요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두통 등이다.

소변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항이뇨호르몬'에 의해 통제된다. 즉 평소에는 항이뇨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소변을 보지 않는다. 특히 잠자는 동안은 항이뇨호르몬이 일정하게 분비돼 소변 배설을 억제한다.

하지만 알코올을 섭취하면 항이뇨호르몬의 작용을 막아 소변을 많이 보게 한다.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소변을 자주 보게 되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탈수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술의 주성분은 물과 알코올이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미량 불순물이 함유돼 있다. 이 불순물이 두통을 부른다. 맥주, 청주 등 곡주가 심하다.

알코올은 체내에서 아세트알데히드를 거쳐 산(酸)으로 바뀌는데, 과음하면 아세트알데히드가 산으로 빨리 전환되지 않고, 체내에 쌓여 두통을 일으킨다.

◇각각 반 잔씩 섞은 폭탄주 3잔 이내로 마시면 탈수현상 줄여=인체에 들어온 알코올 10g을 처리하려면 물 100g이 필요하다.

알코올 도수 40도인 양주 한 잔(30㏄)에 든 알코올의 양은 약 9.6g(30×0.4×0.8), 양주잔에 든 물은 약 20.4g이다. 알코올의 양을 잴 때 곱하는 수치 ‘0.8’은 술 속 에탄올의 비중이다. ㏄나 ㎖ 등 부피로 표시된 알코올을 무게로 환산하기 때문에 이를 곱하는 것이다. 참고로 물은 비중이 1이므로 부피가 곧 무게가 된다.

알코올 9.6g을 처리하려면 물 약 96g이 필요하다. 양주 속의 물만으로는 75.6g(96―20.4g) 부족한 셈이다.

맥주 한 잔은 어떨까? 알코올 도수 5%인 맥주 한 잔(300㏄)의 알코올은 약 12g(300×0.05×0.8). 미량의 다른 성분이 있으나, 무시할 정도로 소량이므로 물이 약 288g이나 된다는 얘기다.

맥주 한 잔을 마시면 알코올 12g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물(약 120g)을 제외하고도, 168g쯤 남는다. 즉 양주는 알코올 분해에 필요한 물이 부족하고, 맥주는 물이 남는다. 맥주를 많이 마시면 자주 화장실에 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맥주와 양주를 섞은 ‘폭탄주’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맥주와 양주잔을 각각 꽉 채워 섞었다고 가정하자.

맥주 270㏄와 양주 30㏄를 섞어 폭탄주 한 잔(300㏄)을 만들면 알코올의 양은 21.6g, 물은 279.6g쯤 된다. 알코올 도수는 약 7%다. 알코올(21.6g)을 대사하는 데 필요한 물(216g)보다 63g이상 남는다.

독한 술은 마시는 순간 위벽이 상해서 흡수가 느리지만, 7~10도쯤 되는 술이 잘 흡수된다. 이처럼 폭탄주는 빨리 흡수되기 때문에 빨리 취하지만, 수분이 충분하기 때문에 다음 날 탈수현상에 의한 숙취는 오히려 적다고 할 수 있다.

18도짜리 소주 한 잔(5㏄0)은 약 7.2g의 알코올에 42.8g의 물로 구성된다. 7.2g의 알코올을 처리하려면 72g의 물이 필요한데, 소주 한 잔 속의 물만으로는 약 29.2g(72―42.8g)이 부족하다.

맥주 250㏄에 소주 50㏄를 섞은 소맥 한 잔(300㏄)에 든 알코올은 17.2g. 이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양(172g)보다 물이 110g쯤 여유가 있다. 탈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양주+맥주’든 ‘소주+맥주’든 폭탄주에 든 알코올의 양이 적지 않다는 점. 양주 폭탄주 한 잔은 21.6g, 소맥은 17.2g으로 각각 소주 한 잔(7.2g)의 3배, 2.4배나 된다.

피하기 힘든 술자리, 피하기 어려운 폭탄주라면 맥주와 양주(소주)를 각각 반 잔(50%)씩만 섞어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잔씩 섞은 양주 폭탄주의 알코올은 약 10.8g, 소맥은 8.6g이다. 이를 3잔 이내로 마시면, 수분 부족에 의한 숙취를 줄일 수 있다.

술은 종류에 관계없이 남성은 하루 2~3잔, 여성은 1~2잔정도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섭취량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48시간(2일)으로 보아, 술자리는 3일에 한 번만 갖는다는 원칙도 지켜야 한다.

올 연말 술자리 원칙을 반잔(50%), 반잔(50%)으로 섞어 3잔 이내, 3일에 한 번씩만 마신다는 뜻에서 ‘오오삼삼’(5533)으로 삼으면 어떨까.

◇해장은 잠들기 전에 하는 것이 더 낫다=저혈당과 탈수현상은 숙취의 주된 증상이다. 따라서 음주 뒤 숙취를 예방하려면 당분과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줄 필요가 있다. 주당(酒黨)들 중에 술 마시고 귀가해 잠들기 전에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숙취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해장을 하는 셈이다. 따뜻한 꿀물 등을 마셔 당분과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술자리에서 안주를 적절하게 먹는 것도 다음날 아침까지 혈당을 유지시켜주는데 도움이 된다. 술자리에서 안주는 거의 먹지 않고 술만 마시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이튿날 저혈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김성권 서울K내과 원장(전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은 “술을 마실 때는 적절하게 안주를 먹는 것이 저혈당 예방에 좋으며, 잠들기 전 꿀물 등으로 당분과 수분을 공급해주는 것도 다음날 숙취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 특별한 병이 없어도 나이가 들면 위와 콩팥 등의 기능이 감소해 알코올과 물 처리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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