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2년 만의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를 주도한 ‘공(功)’이 느닷없는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파문에 다 가려져 버렸기 때문이다.
여야가 2일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예산안 국회 의결시한(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을 준수하자 새누리당에서는 “헌정사를 다시 쓰는 날”(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물론 이 ‘오랜만의 경사’는 국회선진화법 덕이 컸다. 2012년 5월 국회법에 신설된 예산안 등 본회의 자동 부의 조항이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야당이 예산을 볼모로 잡아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다음날 정부 예산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도록 돼 있어서다.
새누리당은 선진화법의 또 다른 축인 ‘직권상정 요건 제한’과 ‘쟁점법안 5분의 3 의결’ 규정에 대해선 ‘국회마비법’이라며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예산 정국에서만큼은 달랐다. 법안 처리는 발목 잡혔을지언정 예산만큼은 반드시 기한 내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정기국회가 문을 닫는 이달 9일까지만 처리하면 된다는 주장을 펼치자 여당 단독 수정동의안 처리 카드로 압박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전날 “예산이 통과되면 야당이 주장하는 ‘사자방’ 국조도 검토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야당을 ‘어르고 달래면서’ 얻어낸 결실이다.
이제 대화와 타협, 인내와 양보, 의회 민주주의 실현 등으로 포장하는 일만 남았는데 갑자기 정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연말 정국을 강타해버렸다.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예산안에 쏠리려는 찰라 정씨와 십상시(十賞侍), 비서관 3인방, 비선 실세라는 말들이 이 관심을 다 독차지해버린 것이다.
한 당직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모처럼 국민들로부터 박수 받을 만한 일을 했는데 대통령 측근들의 권력 암투라는 대형 이슈에 완전히 묻혔다”면서 “홍보는커녕 오히려 야당의 공세를 방어해야 하는 수세에 놓이게 돼버렸다”고 허탈해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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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씁쓸한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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