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대학수학능력시험 도중 시험관의 휴대전화 진동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며 자살을 예고했던 4수생 A씨가 돌연 종적을 감춰 경찰과 소방당국이 출동했습니다. 뒤늦게 발견된 A씨는 다행히 자살 기도 의사가 없다는 걸 확인받은 뒤 귀가조치 됐지만 100명의 인력이 A씨를 찾아다니느라 진을 뺐다고 합니다. 1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0일 밤 9시27분쯤 부모의 감시를 피해 집에서 몰래 빠져나왔습니다. 서울 소재 K대학 휴학생인 A씨는 네 번째 수능을 시험관 때문에 망쳤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날 오후 10시 한강에 투신하겠다고 예고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A씨가 사라지자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소재 파악에 나섰습니다. 소방당국도 마포대교·서강대교·양화대교·성산대교·원효대교 등 서울 한강다리 일대에서 1시간30분 정도 수색작업을 펼쳤습니다. 자살을 예고한 바로 그 시간에 사라졌으니 100명에 이르는 인력이 출동해 한강다리 일대를 샅샅이 뒤진 거죠.
다행히 A씨는 오후 11시쯤 연락이 닿았고 자살 기도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받은 뒤 귀가조치 됐습니다.
A씨는 수능일 닷새 뒤인 지난달 18일 네이버 입시전문 카페에 ‘수능 시험 도중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A씨는 3교시 영어영역 듣기평가 도중 휴대전화 진동 소리를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내 자리는 교탁 바로 옆자리였고 교탁 앞 시험 감독관의 것으로 보이는 보라색 점퍼에서 휴대전화 진동소리가 들렸다”면서 “감독관은 휴대폰 전원을 끄지 않은 채 점퍼를 말아서 교탁 아래에 넣어두었다”고 전했습니다. 진동 소음은 듣기평가 이후에도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는 “독해시간에 또 다시 진동소리가 울렸고 자신의 책상까지 부르르하고 떨렸다”면서 “감독관은 당황한 채 점퍼를 뒤적거렸고 잠시 후 진동이 멈췄다”고 덧붙였습니다.
감독관의 진동은 이밖에도 시험 도중 수차례 울렸다고 합니다. 듣기 시간에 1번, 독해 시간에 20초씩 3~4회 정도 말이죠.
A씨가 이후 항의했지만 감독관은 자신의 휴대전화가 아니라고 대답했고 A씨는 감독관의 뻔뻔함에 평소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호소했습니다. A씨는 모든 시험이 끝나고 다시 고사본부를 찾아가 “감독관의 휴대전화를 똑똑히 봤는데 왜 인정하지 않냐”고 재차 항의했고 통신조회를 거론했습니다. 그제야 감독관은 잘못을 인정했다고 하네요.
서울시교육청은 감독관에 대해 행정처분 외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감독관이 전화조차 제대로 받지 않자 A씨는 “죽음으로라도 세상에 알려야 겠다”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1월30일 오후 10시 마포대교 위 생명의 다리에서 목숨을 끊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소동으로 끝나자 인터넷 여론은 A씨에게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감독관의 잘못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겁니다.
“물론 본인에게는 큰일이겠지만 그래도 자살 운운한 것이 좀 이상하다 했는데, 실제로 사라져 걱정을 시키다니...!”
이쯤되면 휴대전화를 수능 시험장에 들고 간 감독관의 잘못보다 자살 예고글을 올리고 사라져 부모님을 걱정시키고 한밤 100명의 경찰과 소방인력을 동원시킨 잘못이 결코 더 작다고 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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