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건보 이사장 “난 퇴임하면 건보료 0원, 송파 세모녀는 5만원” …부과체계 불합리 지적

“수천만원 연금소득과 5억원 넘는 재산을 가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퇴임하면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게 됩니다. 밀린 공과금 남기고 세상을 등진 ‘송파 세 모녀’는 매달 5만140원을 내야 했는데 말이죠.”

14일 퇴임하는 건보공단 이사장이 다음 달부터 낼 건보료가 ‘0원’이라는 이 고발성 글은 김종대 이사장이 직접 자기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김 이사장은 6일 “물러나면 다음 달부터 직장인인 아내의 피부양자가 돼 보험료를 안 낸다”며 “제 사례인 만큼 (건보료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올렸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그는 재직 중 월평균 1241만1130원을 급여로 받았다. 직장가입자로 매달 내는 건보료는 37만1710원이다. 하지만 퇴임하면 곧바로 직장가입자인 아내나 자녀의 ‘피부양자’로 전환된다. 건보료를 내지 않게 된다.

퇴임 후에도 그에게 소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보건복지부 공무원이었기에 이사장 재직 중에도 연간 2000만원 정도 공무원연금을 받았다. 실제 책정된 금액의 50%만 연금으로 받았는데도 그렇다. 현행법 상 연금소득의 50%가 2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피부양자 자격이 생긴다. 내년부터 연금을 전액 받게 되지만 피부양자 자격은 유지된다. 건보료는 전년도 소득에 따라 부과되기 때문이다.

재산도 있다. 경북 예천의 땅(2243만원), 서울 강남구 아파트(5억4240만원)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재산 과세표준 합계가 9억원이 넘지 않아 피부양자로 등재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공무원연금을 전액 받게 되는 2016년부터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만약 직장가입자인 직계가족이 없어서 다음 달 바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면 그가 내야 할 건보료는 18만9470원이다.

김 이사장은 “피부양자로 전환 되는 건 제가 선택한 게 아니라 법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건보공단 이사장을 하면서 건보료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법 개정을 제안했다. 지난해 2월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됐으나 정부의 부과체계 개편 방안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기획단을 꾸려 10여 차례 회의를 가졌다. 기획단은 지난 9월 11일 “모든 소득에 건보료를 매기도록 부과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다만 종합과세소득부터 부과하는 단계적 접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당초 9월 안에 기획단의 최종 보고서를 받고 공청회 등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11월이 되도록 최종 보고서는 안 나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추가로 검토할 부분이 많아 아직 작성이 안 됐다”고 말했다. 기획단이 검토하고 있는 부분은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는 피부양자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지역가입자의 재산 공제는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등이다. 기획단은 지난 9월 최종 의견을 내기 전에도 이 부분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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