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국민일보는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빨리 뛰지 못하는 친구와 함께 뛰며 감동을 전한 아이들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22일 가을 운동회에서 해맑게 웃던 경기도 용인시 양자면 제일초등학교 6학년2반 아이들의 사연입니다.
17일 이 아이들이 에버랜드로 놀러갔습니다. 기국이의 이야기에 감동받은 에버랜드가 제일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을 초대했는데요. 저희 국민일보도 그 아이들을 찾아갔습니다.

날씨는 약간 쌀쌀했습니다. 오전 9시40분쯤 기국이와 친구들이 탄 붉은색 버스가 에버랜드에 들어섰습니다.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에버랜드와 용인소방서에서 준비한 안전교육을 받았는데요. 소화기를 들고 불꽃 그림이 그려진 오뚝이를 향해 열심히 물을 뿌렸습니다.
기국이와 친구들은 교육을 빨리 끝내고 놀이기구를 타고 싶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기국이는요? “키가 작으니까, 에버랜드에 오면 재밌는 놀이기구는 못 타잖아요”라며 다소 일그러진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친구는 “무서운 건 나도 못타”라며 격려합니다.
에버랜드에는 T익스프레스처럼 무서운 열차 놀이기구만 있지는 않습니다. 에버랜드 측은 친구들을 데리고 사파리 버스를 타고 동물을 구경하는 로스트밸리 체험을 준비했습니다. 기국이도 “백호가 제일 좋아요”라며 짐짓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기국이가 백호를 만났을까요? 백호는 못 만났지만 흰 사자와 얼룩말, 기린 친구는 만났습니다. 기국이도 “흰 사자가 왜 두 마리 밖에 없어요”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흰 사자는 갈기도 있고 육식동물이라서 좋다”며 손뼉을 쳤습니다.

좌우 무늬가 같은 얼룩말에서부터 연분홍빛 깃털을 품은 홍학, 졸음에 겨워 하품만 하는 사자도 구경했습니다. 목이 장대만큼 긴 기린을 만났을 때는 버스 안이 시끌벅적했습니다. 기린의 잿빛 단단한 혀가 풀잎을 들고 있는 기국이의 손을 노렸기 때문이죠. 겁에 질린 기국이와 친구들은 기린의 혀를 피해 고개를 젖히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지난해 가을에 있었던 일입니다. 함께 걸을 때면 항상 뒤쳐졌던 기국이가 갑자기 친구들 한가운데 자리를 잡았습니다. 담임교사인 정희옥(53) 선생님은 “우연이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고 하네요. 하지만 다음날에도 아이들은 기국이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어갔답니다. 정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어디가 아파서 천천히 걷느냐”고 물었습니다. “기국이 때문에 느리게 걷는 거냐”고 물으면 자칫 기국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그냥 천천히 걷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참 속이 깊네요!

기국이의 별명은 뻐꾸기입니다. 워낙 말이 많아서 뻐꾸기라고 하네요. 정이 많아 그런지 친구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많은 기국이입니다. 그런 기국이는 전교생이 참여하는 ‘의형제 프로그램’에서 조장을 맡고 있습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8명이 조를 짜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전교생 70여명이 참여하는 어린이 적십자단에서는 보건부장도 맡고 있습니다.
요즘 기국이와 친구들은 매일 축구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기국이의 포지션은 골키퍼 아니면 공격수입니다. 기국이는 장신의 축구 선수 피터 크라우치(33·영국)를 좋아합니다. 크라우치처럼 헤딩을 잘해서 헤딩으로만 1~2골씩 넣는다고 하네요.
운동회에서 기국이의 손을 잡고 뛰는 ‘깜짝 이벤트’는 같은 반 이재홍군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심윤섭 양세찬 오승찬군도 흔쾌히 동의했구요.
윤섭이는 “재홍이를 제외하고는 운동회 때 같이 달린 친구들 모두 같은 중학교에 간다”며 “기국이는 무엇이든 잘하는 우리의 친구”라고 말했습니다. 승찬이도 “기국이는 참 좋은 친구”라며 “친구니까 오래토록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친구들은 기국이가 참 좋은가 봅니다. 돈가스와 소시지, 우동도 함께 나눠먹는데요. 기국이가 음식이 느끼한지 속이 안 좋다고 하자 친구들은 마시던 콜라를 나눠주며 걱정을 합니다.

기국이는 “어른들은 작은 잘못에도 트집 잡고 서로 싸우기 바빠요, 서로 안 싸웠으면 좋겠어요”라며 “우리 친구들은 내가 실수를 해도 보듬어주고 항상 친하게 잘 지내줘요”라고 의젓하게 말했습니다. 대견한 친구들이네요!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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