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일본이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과 우크라이나 문제 등 양대 현안을 놓고 24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이바노프 대통령 행정실장은 이날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는 쿠릴 4개섬의 하나인 이투룹(에토로후)을 특별기로 방문했다고 교도통신이 블라디보스토크발로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장관급 인사가 쿠릴 4개섬을 방문한 것은 거의 2년 만의 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가운데 한 사람인 이바노프 행정실장의 이번 방문은 쿠릴섬에 대한 러시아의 실효지배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바노프 실장은 지난 22일 준공한 이투룹의 신공항을 시찰하고 공항 관계자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이투룹 공항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에서 신설된 최초의 공항"이라고 설명하면서 "여기서 일하게 된 여러분은 자긍심을 지녀도 좋다"고 강조했다.
이투룹에 준공된 새 공항은 2천300m의 활주로를 갖춘 민군 공용 공항으로 러시아 본토와 섬을 직접 연결하는 중형 제트기 등의 이착륙이 가능하다.
섬을 사실상 관할하는 사할린주는 관광객 등의 유치를 위해 그동안 일본 통치시대에 건설돼 안개로 결항이 잦았던 구 공항을 대신하기 위해 2007년 신공항 건설에 착수했다.
이바노프는 뒤이어 해안 부두, 양식장, 학교, 문화·스포츠 센터 건설 현장 등도 둘러봤으며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교전을 피해 이곳으로 이주한 우크라이나 난민 등과 면담했다.
교도통신은 러시아 매체를 인용해 이바노프 실장이 현지 주민과 한 대화에서 섬을 떠난 젊은이의 귀환을 촉진하기 위해 "방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2016∼2025년 쿠릴 4개섬을 포함한 쿠릴열도의 사회기반 정비에 민간투자 등 총 640억 루블(약 1조7천억원)을 투입하는 '쿠릴열도 사회경제발전계획'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섬에 매장된 희소금속인 레늄을 채굴할 가능성을 조사할 것이라고 부언했다.
쿠릴 4개섬 영유권을 주장해온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회견에서 "일본 국민의 감정을 거스르는 것으로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러시아 정부에 엄중히 항의했다.
같은 날 일본 정부는 서면 국무회의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신규 무기수출과 무기기술 제공을 제한하고, 러시아의 5개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사채(社債), 주식을 포함한 증권 발행을 금지하는 추가 제재를 승인했다. 제재를 받게 된 러시아 금융기관은 스베르방크, 가스프롬방크, 로스셀호즈방크(러시아농업은행), VTB(대외무역은행), 브네슈에코놈방크(대외경제개발은행) 등이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의 일체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우리나라로서는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은 앞서 지난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양국간 비자간소화 및 공동 프로젝트 관련 협의를 중단하는 제재 조치를 취했다.
뒤이어 4월 말에는 러시아 인사 23명에 대해 입국금지 등의 조치를 단행했고 지난달 5일에는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건과 관련,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반군 관계자 등 40명과 2개 단체의 일본 금융기관 내 보유자산을 동결했다.
다만 스가 관방장관은 오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적극적이고 명확한 행동을 할 경우 이번 결정에 따른 조치를 수정 또는 해제할 용의가 있다"며 '퇴로'를 열어뒀다.
스가 장관은 여기에 더해 이번 추가 제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실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낸 논평에서 "일본의 대러 새 제재에 실망했다"면서 "일본 정부의 결정은 지난 5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접촉그룹 회담(다자회담)에서 이루어진 우크라이나 동남부 휴전 합의에 비추어볼 때 비논리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우호적 행보는 일본이 독자적으로 대외정책 노선을 수립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또다른 증거"라고 꼬집었다.
일본이 대러제재의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하는 가운데, 러일관계는 표면적으로 갈등하면서도 물밑에서 대화를 추구하는 양상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올 가을 예정됐던 푸틴 대통령의 방일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 제재로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아베 총리가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회담을 하자고 푸틴 대통령에게 제안한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미일관계 등을 감안해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푸틴 대통령과의 협상을 통한 쿠릴 4개섬 반환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도쿄·모스크바=연합뉴스) 김용수 유철종 조준형 특파원 yskim@yna.co.kr, cjyou@yna.co.kr,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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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 쿠릴섬·우크라이나 ‘양대전선’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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