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화재 참사] ‘매트리스 독가스’ 순식간에 퍼졌지만 대피시킬 직원 없었다

단 6분 만에 진화된 요양병원 화재로 환자와 간호조무사 등 2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에 탄 면적도 33㎡에 불과했다.

28일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오전 0시27분쯤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별관 건물 3층 남쪽 맨 끝 방(3006호)에서 불이 났다. 화재 발생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차와 소방대원 등이 2분 만에 불을 진압했지만 치매환자 등 노인 20명과 불을 끄려던 50대 여성의 간호조무사가 숨졌다. 부상당한 7명은 곧바로 광주 등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이 가운데 6명이 중상을 입고 있어 사망 인원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불보다도 무서운 것은 연기였다. 다용도실로 활용된 3006호에는 매트리스, 침구류, 일부 의료기기가 보관됐다. 매트리스 등에 붙은 불로 생긴 연기는 같은 층 10개 방으로 급속히 퍼졌다. 병실마다 블라인드만 쳐져 있어 복도를 통해 연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스펀지 합성고무로 된 병실 침대의 매트리스와 얇은 천의 시트가 불에 타면서 내뿜는 유독가스는 상상 이상으로 독해 한 번만 흡입해도 숨이 막힌다는 것이 소방 관계자들의 견해다.

이번 화재 진압을 진두지휘한 이민호 담양소방서장은 “신체 건강한 젊은 청년들도 병실의 침대와 시트에서 나오는 유독가스를 한 모금만 마시면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은 뒤 질식해 죽게 된다”면서 “심지어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들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를 가장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3층 나눔병동에는 환자 35명, 2층 실천병동에는 44명의 환자가 입원 중이었다. 이 가운데 2층 환자 44명은 전원 구조된 반면 3층의 병동에서는 불과 7명만이 구조됐다. 3층 환자 35명(1명은 외박으로 부재) 가운데 5명은 사실상 거동이 불가능한 ‘와상 환자’(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환자)였으며 25명은 치매 환자, 5명은 노인성 질환자로 대부분 자력 탈출이 어려웠다.

화재 발생시 이곳 병원에는 간호사 2명과 간호조무사 13명, 당직의사인 병원장 1명 등 모두 16명이 근무 중이었다. 병원 측의 자체 화재대응지침은 야간이나 휴일 시 최소 근무자는 24명으로 규정돼 있다. 소화반 2명, 지원반 5명, 대피반 17명 등이 편성돼야 한다. 화재 당시 지침보다 근무인원이 8명이나 부족했다.

경찰은 요양병원에 불을 질러 인명피해를 낸 혐의(방화 치사)로 이 병원에 입원한 김모(81)씨를 긴급 체포해 범행 동기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병원 별관 2층의 CCTV를 확보해 정밀 분석한 결과 김씨가 3006호에 들어가 불을 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3006호에서 4번째 떨어진 병실(3002호)에 있던 김씨는 0시8분2초 화장실로 들어갔다가 1분여 뒤 병실로 돌아갔다. 김씨는 이어 담요로 보이는 물건을 손에 들고 0시16분42초 3006호로 들어갔다가 0시21분쯤 나왔다. 김씨가 나온 뒤 0시23분57초부터 연기가 발생했다. 0시24분22초에는 간호조무사가 불이 난 곳으로 뛰어오는 장면이 CCTV에 잡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며 방화전과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 1일 뇌경색으로 입원했으며 치매 증상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방화치사 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병원 관계자 등을 상대로 화재 등 돌발 상황 발생시 환자에 대한 대피 등 안전조치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는지 등에 대한 과실여부를 확인해 사법처리 할 방침이다.

화재현장에서 정밀감식을 벌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방화 이외에 누전 등으로 인한 화인 가능성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장성=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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