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예일대 신학대 명예교수 “정의 추구는 기독교의 사회적 책무”

“교회는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노(老) 학자의 당부는 명료했다.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니콜라스 월터스토프(82·예일대 신학대 명예교수) 박사를 만나 한국교회를 위한 제언을 들었다. 그는 미국 칼빈칼리지와 예일대 등에서 종교학과 철학을 가르치며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한 책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출 때까지’를 저술한 대표적 기독교철학자다.

월터스토프 박사는 “하나님은 우주 만물이 샬롬(평화)을 이루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으셨다”며 “평화로운 사회는 구성원이 각자의 권리를 온전히 누리는 ‘정의’가 실현되고, 서로 간에 적의가 없을 때 구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의를 추구하는 이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정의와 평등 없이 자유만을 부르짖는 것은 마치 사자와 독수리(권력자)에게 아무나 잡아먹을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월터스토프 박사는 현대 목회자와 성도들이 좌나 우의 이념에 치우쳐 상대에 적의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예레미야 29장 7절을 예로 들어 “하나님은 포로로 끌려간 이스라엘 민족에게 적국 바벨론을 적대시 하지 말고, 심지어 바벨론의 평안을 구하는 기도를 하라고 명하셨다”며 “교회는 정부나 집권당의 권력에 기대 그들을 대변하거나 반대로 무작정 정부를 비판하는 태도를 삼가며 나라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목회자의 타락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당회나 제직회와 같이 다수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음에도 목회자 한명에게만 권한이 집중된다면 교회는 부패할 수밖에 없다”며 “칼빈은 권력을 쟁취하기보다 권력에서 벗어나기를 원했으며 그의 개혁교회는 평등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복주의 신앙을 양산하는 설교·찬양 등에만 초점을 맞춘 예배를 지양해야 한다”며 “성만찬을 통해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공감하며, 고통당하는 이웃을 위한 중보기도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터스토프 박사는 세월호 피해자와 유가족을 대하는 교회의 자세도 언급했다. 1983년 등반 사고로 아들을 잃은 그는 “경험해 보니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에게 ‘슬픔을 극복하라’고 권고하는 것은 오히려 고통을 주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사람은 감당하기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었을 때 그에 대한 의문을 품고 살아가도록 창조됐다”면서 “교회는 애써 답을 제시하려 하지 말고, 그들의 옆을 지키며 기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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