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애초부터 출항 무리? 투입 못한 다른 배경 있었나?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해군의 최첨단 구조함인 통영함이 구조작업에 투입되지 못한 것은 온통 미스터리다. 구조작업에 국가적 총동원령이 내려졌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구조작업을 위한 최신 장비가 구비된 통영함이 현장에 투입되는 것은 상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일보 취재 결과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이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 통영함의 사고 해역 투입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통영함 미스터리’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함정 최고 전문가인 해군참모총장, 왜 최종 투입 결정 못 내렸나=황 총장은 해군작전사령관 등 전략적 요직을 거쳤을 뿐 아니라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 부장, 한국형 이지스함(KDX-3) 사업처장 등을 지냈다. 국내 첨단 함정의 성능이나 도입 및 전력화(실전배치) 과정의 전후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라는 뜻이다.
그런 황 총장이 세월호 침몰 당일 통영함 투입을 준비하도록 해군에 지시하고, 방위사업청 및 대우조선해양과 일종의 ‘임시 인수 각서’까지 썼다는 것은 통영함이 즉각 출동할 준비가 돼 있었다는 뜻이다.
사고 직후 황 총장의 머릿속에는 ‘통영함 즉각 투입’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다. 해군의 내부 문서에도 ‘출항준비 후 대기하라’고 돼 있다. 주요 장비에 대한 전력화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통영함을 사고 현장에 급파해 구조작업을 최대한 돕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통영함은 결국 투입되지 않았다. 왜일까. 일단 해군 설명으로는 통영함 투입이 시기상조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해군은 지난달 19일 ‘통영함 미투입 입장’이라는 해명 자료를 통해 “전력화 과정(승조원 임무수행 훈련 등)도 거치지 않은 상황”이라며 “무리하게 구조 현장에 투입할 경우 장비작동 및 항해 안전사고 등 예기치 못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불과 사흘 만에 통영함은 ‘출항준비 후 대기’에서 ‘투입불가’로 바뀐 것이다. 게다가 해군의 최초 해명대로라면 통영함은 애초부터 구조작업 출항 자체가 무리였다. 그렇다면 해군 수뇌부는 사흘도 못 가서 바뀔 엉뚱한 지시를 내린 셈이다. 무언가 통영함 자체와는 상관없는 다른 배경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꼬리를 무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11일 “사고 당일부터 신속하게 대처하려고 각서까지 쓰고 통영함 투입을 준비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은 사고 직후 “저 멀쩡한 배를 붙들어 놓고 있다. 무기 한두 개 안 된다고 붙들어 놓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통영함 성능 미스터리, “감압 챔버 기능만 가능”=국방부와 해군의 입장을 종합하면 한마디로 통영함이 가봐야 딱히 할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통영함은 해군이 그동안 우리 기술로 건조한 최신예 구조함이라고 홍보해 왔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해군이 구조전력 부족을 절감하고 건조한 최신식 구조함이 통영함이다.
고장으로 움직이지 못하거나 좌초된 함정의 구조, 침몰 함정·항공기 탐색 및 인양·예인, 기름유출 등 해상오염 방제 등 다양한 구조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사이드스캔소나(음파탐지기)와 수중무인탐사기(ROV) 등 첨단 탐색 능력을 갖췄다. 잠수요원이 최대 수심 91m에서 구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통영함에는 아직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없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부 음파탐지기 같은 경우 탐지 오차가 많이 생기는 등 기술적 문제가 있었다”며 “현장에 간다 해도 (통영함이) 큰 도움은 안 됐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현재로선 1600억원짜리 통영함이 구조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해군이 판단한 것은 감압 챔버뿐이라고 한다. 이는 수중에서 임무를 마친 잠수요원들의 체내 질소를 밖으로 빼주는 장비다.
해군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통영함이 감압 챔버 등 치료 기능은 가능하다”며 “현장에 투입된 청해진함이나 광양함이 감압 챔버를 갖고 있어 추가 투입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진수 후 20개월째, 대체 왜 해군에 인수 안 되나…결국 납품비리?=그렇다면 통영함은 진수 후 2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왜 전력화되지 않았을까. 해군 함정은 통상 진수에서 취역까지는 1년 정도가 걸린다. 통영함은 지난해 말 완성됐어야 한다.
우선 해군이 세 차례에 걸쳐 통영함 인수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해군은 지난해 10월 한 차례 인수 보류를 한 뒤 다시 12월, 올해 3월에 또 보류했다.
해군은 통영함의 작전요구성능(ROC)을 만족시키려고 인수를 미뤘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해군이 원하는 성능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ROV와 선체고정음파탐지기가 문제였다. 해군이 통영함을 인수하려고 보니 바닷속을 입체 영상으로 탐색하는 데 쓰는 이 핵심 장비들의 성능이 부족했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 이후 굳은 다짐 속에 만든 최신형 구조함이라면 해군과 방위사업청, 대우조선해양이 하루라도 빨리 전력화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새정치연합 안규백 의원은 “(건조를 시작한 지) 4년2개월이 지났는데 전력화가 안 된 것은 책임방기이자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해군은 통영함을 건조한 대우조선해양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최초 요구한 조건과 성능에 맞게 함정이 제작돼야 한다”며 “해군은 깐깐하게 성능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업체에서 ROC를 충족하는 통영함을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납품 지연을 우려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월 내부 보고서에서 “현 상태에서 함을 인계한 뒤 장비를 개선하면서 전력화 훈련을 해 해군 구조전력의 공백을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일단 먼저 인계해 전력화를 하면서 장비를 단계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통영함을 제대로 완성해 가져오라는 해군의 주장과 일단 먼저 전력화한 뒤 단계적으로 개선하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의견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결국 이번 문제가 납품비리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통영함의 부품 및 장비들이 애초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엄기영 임성수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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