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구조선서 내린 선장, 가만히 승객 행세

Է:2014-04-19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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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마음을 허탈하게 만든 세월호 침몰 사고. 그 배의 수장(首將)이었던 선장의 침몰 사고 직후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혔다. 안타깝게도 이준석(69) 선장이 카메라에 등장했을 때 그는 가라앉고 있는 배의 끄트머리에 서 있지 않았다. 그는 사고 현장에서 최초로 구조된 승객을 태우고 육지로 향한 첫 구조선 안에 있었다.

보도전문 뉴스 채널의 TV 카메라 속에 등장한 이 선장은 남방에 니트를 걸친 깔끔한 모습이었다. 그가 침몰한 배의 선장인지 알지 못하는 구조대원은 그를 친절하게 안내했다. 화면 속에서 그는 자신을 안내하는 구조대원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듯했다. 자신의 신분에 대해 말하거나 사고 현장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남은 승객과 선원들의 생사 여부에 대해 안절부절못하거나 당황해하는 모습조차 화면 속에서는 볼 수 없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안내에 따랐다. 사지를 간신히 빠져나온 다른 승객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영상 확인 결과 이 선장은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11시16분쯤 세월호에서 빠져나온 3명의 다른 선원과 함께 첫 구조선에서 내렸다. 구조선에는 구조된 학생들도 함께 타고 있었지만 이 선장은 먼저 구조선에서 내렸다. 상의는 거의 물에 젖지 않은 상태였다. 구조선에서 내린 대부분 승객에게 체온 유지를 위해 담요가 제공됐지만 이 선장은 담요를 덮지 않았다. 어쩌면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선장은 구조선에서 내린 뒤 현장 요원의 아무런 도움 없이 구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팽목항 매표소 건물로 걸어 들어갔다. 일부 승객들은 사고 당시 충격이나 탈출 과정에서 머리 등에 상처를 입거나 갈비뼈 등을 크게 다쳐 들것에 실려 나오기도 했지만 이 선장의 모습에서는 뚜렷한 외상이 보이지 않았다.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선실을 빠져나와 한동안 거센 물길을 거슬러 헤엄치느라 상의가 다 찢기고 온몸에 멍이 든 채 구조됐던 이들과 달리 그는 배가 침수되기 전에 현장을 빠져나온 것으로 보였다.

환자가 대기하는 장소인 매표소로 자리를 옮긴 이 선장은 바닷물에 젖었던 것으로 보이는 바지를 벗고 뒤늦게 담요를 받았다. 그는 받은 담요로 상반신은 덮지 않고 하반신만 감쌌다. 젖은 옷을 갈아입은 후에도 체온을 유지하지 못해 담요로 전신을 덮고 온수 팩까지 끌어안아야 했던 다른 구조자들과 퍽 다른 모습이었다. 진도=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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