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부산시민공원’] 담장 너머 남의 땅… 100년만의 푸른 귀향
일본군과 미군이 사용하다 100여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부산시민공원’이 다음 달 1일 공식 개장된다. 부산시민공원은 부산 범전·연지동 일대 옛 미군 하야리아 부대 부지에 조성됐다.
2000년 이후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우리나라에 반환됐거나 반환 추진 중인 미군 부지는 전국 80여곳에 달한다. 그 가운데 반환부지 전체가 시민공원으로 조성된 곳은 부산시민공원이 유일하다.
부산시는 공식 개장에 앞서 15∼17일 시민·기업 등 나무 기증자와 라운드 테이블 위원, 시민공모자 등에게 3일간 임시 개방한다고 11일 밝혔다. 시는 임시 개장 기간 시설물 점검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공식 개장식은 ‘100년의 기다림, 영원한 만남’이라는 슬로건으로 국무총리와 주한 미국 대사, 시민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음 달 1일 열린다.
부산시민공원 부지 53만799㎡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의 승마 및 경마장으로 사용되다가 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일본군이 훈련장과 야영지로 사용했다. 1945년 해방이 되면서 미국 영사관과 유엔 산하 기구가 잠시 사용했지만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주한 미군 부산기지사령부가 설치됐다. 이후 2006년 8월 기지사령부가 폐쇄될 때까지 주한 미군의 물자 및 무기보급 등 역할을 수행했고, 2010년 1월 부산시에 반환됐다.
시는 총사업비 6679억원으로 2011년 8월 공원 조성에 착공했다. 2년6개월 공사기간 국제규격 축구장 74개 규모의 공원에는 150여종 100여만 그루의 각종 나무가 식재됐다. 미국의 세계적 조경·도시설계 전문가인 제임스 코너가 설계한 시민공원은 기억·문화·즐거움·자연·참여의 숲길 등 5개 ‘테마 숲길’로 조성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참여의 숲길 3만4987㎡에는 1억5000만원짜리 녹나무를 비롯해 시민들이 기증한 10억원 상당의 나무와 초화류 등 6만여 그루가 식재됐다. 일반 시민과 향토기업, 기관·단체, 출향 인사 등이 출생·결혼 등 각종 기념일이나 의미 있는 뜻을 담아 일정한 금액을 기부한 뒤 원하는 장소에 나무를 심었다. 앞서 범시민 나무 기증 운동은 사단법인 부산그린트러스트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시는 개장을 앞두고 부산시민공원 자문단회의를 열고 공원 내 보존 및 신축 건축물에 대한 새 명칭을 확정했다. 12개 동에 이르는 옛 하사관 숙소는 ‘문화예술촌’으로 결정했다. 장교관사는 ‘다솜관’, 장교관사 앞 잔디광장은 ‘다솜마당’, 퀀셋막사는 ‘뽀로로도서관’, 중앙잔디광장은 ‘하야리아 잔디광장’, 옥상정원은 ‘노을정원’, 학교는 ‘시민 사랑채’, 극장은 ‘흔적극장’ 등이다. 특히 하사관 숙소 12개 동 가운데 5개 동은 전문작가들이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공방으로 꾸몄다.
유현 시 학예연구사는 “공방 입주 작가들은 연중 작품 활동을 통해 전시회, 아트마켓, 설치미술제 등을 열어 시민들의 문화생활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퀀셋막사 중 식당용 건물(260㎡)에는 부산 출신 최상현 작가의 인기 어린이 애니메이션 뽀로로의 캐릭터 조형물, 어린이 도서, 어린이용 책상 및 의자 등을 갖춘 ‘뽀로로도서관’이 들어섰다. 다솜관에서는 도시농업 강좌, 홈 정원 가꾸기, 자연물 공방, 곤충아카데미, 풍물 한마당, 시민 건강교실, 시민공원 역사투어, 숲속 어린이놀이터 등 공원의 자연을 활용한 8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다솜마당 주변 1467㎡ 규모 ‘참여의 정원’ 163개 구역에는 시민꽃밭과 함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후쿠오카, 중국 상하이 등 부산과 자매결연한 해외도시를 상징하는 ‘외국도시 정원’이 꾸며졌다.
시는 개장 후 공원을 부산시설공단에 위탁 운영하면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숲 해설이나 공원 역사 등을 맡을 자원봉사자 육성을 위해 시민아카데미를 운영하고 분기별로 30여명씩 모집해 공원 조성 과정 및 시설물에 대한 안내 등을 맡길 계획이다. 또 시민단체나 기업체가 공원 관리에 자원봉사 방식으로 참여하는 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시민단체나 기업체 관리 구역을 설정한 뒤 공원 활성화 프로그램이나 공원 해설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부산시민공원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시민 참여의 결실”이라며 “세계 최고의 명품 공원이 되도록 모두가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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