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패션 정치’ ‘패션 외교’가 화제다. 패션은 일반인들에겐 멋을 내기 위한 수단이지만 정치인들에게는 다르다. 특히 여성 정치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퓰리처상을 받은 패션 저널리스트 로빈 기번은 “여성 정치인이 입은 옷은 정치적 성명 발표와 같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식 때 금 단추가 달린 올리브 그린색, 일명 ‘국방색’ 재킷과 바지 정장을 통해 나약한 여자가 아닌 군 통수권자로서의 강한 리더십을 갖췄다는 것을 웅변했다. 25일은 박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는 날이다. 지난 1년 동안 박 대통령의 ‘패션 정치’ 행보를 살펴본다.
취임식 때 입은 국방색 재킷은 만다린 칼라다. 일명 차이나 칼라로 불리는 이 디자인을 박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가장 즐겨 입고 있다. 동덕여대 패션디자인과 정재우 교수는 “장식적인 깃이 없는 만다린 칼라는 중국의 마오쩌둥이 입어 ‘마오 칼라’로도 불리는 노동복 스타일”이라면서 “만다린 칼라 재킷을 통해 박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또 “마오 칼라는 검소함과 원칙주의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어 박 대통령의 평소 소신을 드러내는 데도 적절할 뿐 아니라 목이 긴 박 대통령의 체형과도 잘 어울린다”고 높이 평가했다.
칼라 디자인과 함께 박 대통령이 고수하는 건 재킷의 길이로,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온다. 일부 패션 디자이너들은 “재킷이 너무 길어 옷태가 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박 대통령은 왜 이 길이를 고수할까. 이미지컨설턴트협회 정연아 회장은 “박 대통령은 가슴과 함께 여성성을 상징하는 부위인 엉덩이를 가림으로써 여성이기보다는 유능한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지를 고집한다. 해외 순방 때 박물관 방문 등 일부 문화 행사 때만 치마를 입었다. 정 교수는 “박 대통령의 바지는 만다린 칼라의 일복 이미지와 연결돼 국민을 위해 뛰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화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중대한 결정을 내리거나 결연한 의지를 드러낼 때 바지를 입어 박 대통령의 바지 차림은 ‘전투복’으로 불렸다. 박 대통령의 바지 차림은 “임기 동안 어느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년 동안 보여 준 옷차림의 디자인은 비슷비슷하지만 색상은 다채롭다. ‘패션 정치’에 이어 ‘색깔 정치’ ‘컬러 외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다. 지난 1월 6일 가진 신년기자회견 때 박 대통령은 분홍색 재킷을 입었다. 국제대학교 뷰티디자인계열 박선영 교수는 “분홍색은 여성스러운 색깔로 여성 정치인이 피해야 할 색이지만 새해를 맞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선택하신 것 같다”면서 박 대통령은 평소에도 의상 색상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 오찬 등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때는 밝은 색을 입고, 북핵 문제 등 묵직한 논의가 진행되는 자리에는 무채색을 주로 입는다.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간호섭 교수는 “해외순방 때 컬러 메시지가 절정에 달하는데, 박 대통령은 자신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함께 상대국에 대한 철저한 배려로 좋은 인상을 심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박 대통령은 파란색 재킷을 선택했다. 책임감과 신뢰를 나타내는 파란색은 오바마 대통령이 속한 미국 민주당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컬러 외교는 한복에서 절정에 달한다. 올 1월 인도 방문 때 국빈만찬에서 박 대통령은 노란색 저고리와 녹색 치마를 입었다. 인도 측에선 “인도 국기가 위쪽은 주황색, 아래쪽은 녹색으로 인도 분위기가 난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중국 국빈 방문 때 만찬에서 입은 황금색 한복은 컬러 외교의 백미로 꼽힌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황금빛 한복을 입은 것은 바닥에 붉은색 카펫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며 “중국에서는 붉은색에 황금색 수를 놓거나 글씨를 새기는 것이 좋은 징조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한복 패션은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기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여져 박수를 받고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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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朴대통령 취임 1주년 ‘패션 통치학’] 칼라와 컬러로 ‘메시지’를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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