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성수] 동물권 회복이 인권의 회복
“동물을 학대하고 학살하는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인간도 학대하고 학살한다”
유머 사이트에서 한 유저가 자기 집 고양이 사진을 찍어 올리며 “어디서부터 조져야 할지 앙망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다수는 잔인하게 고양이를 학대하는 방법들이었다. 그중 하나는 실제로 한 자동차정비소를 잿더미로 만든 방법이었다. “고양이 몸에 라이터 기름을 뿌리고 불붙여라.”
지난해 서울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서 일부 주민이 지하실 출입문을 잠금으로써 벌어진 고양이 학살은 댓글놀이 수준의 동물 학대와는 궤를 달리한다. 아파트 주민의 권리를 위해 관리 차원에서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나의 이익을 위해선 다른 생명은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이기주의가 효율이란 무기를 만나 벌어진 엽기적 처방이었다. 그 아파트 주민들은 무서운 일을 저지르고도 할 말이 있다. 내 수면권, 재산권, 기득권을 위해 부득이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6일 서울대공원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위원회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동물원과 영국 런던동물원을 모범 사례로 삼아 서울대공원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는 2006년과 2007년 호랑이 탈출 사고로 한 명이 숨지고 세 명이 다쳤던 곳이고, 런던도 2001년 코끼리 이탈 사고로 한 명이 숨졌던 곳이다. 하지만 두 곳은 이후 단 한 건의 사건,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고 영업이익까지 증가하는 모범적인 동물원이 됐다.
그들은 구조조정 대신 연구 인력을 확충했다. 생물학 및 동물 행동분석 연구를 통해 동물의 특성을 알아내고 그에 맞는 디자인으로 시설을 리모델링했다. 이런 혁신은 동물을 볼거리에서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으로 승격시켰고, 동물원 관람객에게 ‘동물권’을 자연스레 학습시켰다. 숨죽이며 그들의 삶을 관찰하는 새로운 관람 경험은 교육효과를 극대화했고, 학교의 단체관람이 줄을 잇게 했다.
동물원은 탄생 자체가 제국주의적 역사를 담고 있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증빙 자료를 투자가에게 제출하기 위해 탐험가들은 신세계의 생물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여기에는 원주민들도 포함됐다. 자신들만이 선택받은 신의 자녀라는 서구인의 잘못된 신념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인간들마저 ‘볼거리’로 만들었고, 동물원은 이들을 사들인 포악한 자본가들로부터 시작됐다. 보여주는 것만으로 벌이가 시원찮아진 자본가들은 나중에 동물들을 학대하며 쇼를 만들었다.
창세기에 의하면 하나님께서는 인간보다 동물들을 먼저 지으셨다. 그것은 인간들을 위해서라도 동물들이 이 땅에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인간더러 땅을 정복하라고 하셨지만 다른 동물들을 학살하고 구경거리 삼으라고 하지는 않으셨다. 그것은 인권이 존재하듯 동물권 역시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권리이기 때문이다. 또 동물을 학살할 줄 아는 사람은 인간도 쉽게 학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서울대공원을 ‘자연보존센터’로 탈바꿈시키겠다고 한다. 서울에서도 가장 풍족하고 교양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고양이 학살이 일어나고, 서울시 공단이 운영하는 어린이대공원에서도 동물쇼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대공원의 이런 선택은 한편 위태해 보이기도 한다. 인권과 동물권의 회복을 위한 싸움은 5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고 한국에서는 지난 6년간 퇴보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동물복지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농장, 반려, 실험동물을 망라한 ‘한국판 동물복지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육자가 포기한 동물을 인수해 입양을 주선하는 동물인수제를 도입하고 도심지에 동물입양센터를 설치하는 등 전향적 대안도 담고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농장 동물들의 대량 살처분 금지나 동물 실험 금지 등 알맹이들이 빠진 것을 지적하며 정부가 아직도 낡은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고 비판한다. 하긴 고통 없이 잘 관리해서 죽이겠다는 계획이 동물복지인가. ‘한국식 민주주의’와 ‘한국판 동물복지’, 어쩜 그리도 똑같은 발상일까.
김성수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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