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준섭]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의 본심

Է:2014-02-10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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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김준섭]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의 본심

태평양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던 1944년 말, 제1항공함대 사령장관에 임명된 오니시 다키지로는 가미카제 특공대를 편성하여 실전에 투입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한 특공은 가미카제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특공을 위한 많은 무기가 개발되었다. 예를 들어 가이텐(인간어뢰)은 어뢰 속에 인간이 들어가서 조종하여 함선을 공격하는 무기였으며, 후쿠류(인간기뢰)는 잠수부가 폭탄이 달려 있는 장대로 상륙정의 바닥을 찔러 폭발을 일으키는 무기였다. 다만 이 후쿠류는 어린 중학생들을 동원한 훈련 중에 발생한 사고로 수많은 사망자만을 발생시켰을 뿐 실전에는 사용되지 못했다.

가이텐의 경우에는 어뢰에 탑승(?)한 사람이 전원 사망하였으므로 증언자가 존재하지 않지만, 가미카제의 경우 아주 드물게도 기체의 고장 등에 의해 자살공격을 행하는 지점까지 가기 이전에 불시착을 하여 생존한 사람이 있었다. 필자는 유학시절 그 같은 생존자 중의 한 명이 TV에 출연하여 증언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이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다.

TV화면에 비친 노인은 느릿한 목소리로 출격 당일 비행장에 나갔을 때, 마음속으로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탈 비행기가 활주로의 맨 끝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능한 한 천천히 활주로를 걸어가면서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뺨에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의 감촉을 느꼈다고 했다. 그가 비행기까지 걸어가는 그 몇 분 동안 어떻게든 살아있음을 느끼려고 발버둥을 친 것이다. 그의 그 절실한 삶에 대한 집착이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으로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에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필자가 그 증언의 내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의 우파 지식인들에게 있어서 노인의 이와 같은 증언은 일종의 배신행위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찬양하는 가미카제 특공대원은 일본을 위해서 기쁜 마음으로 목숨을 바친 사람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침략전쟁의 막바지에 벼랑 끝에 몰린 일본이 행한 만행, 즉 살아있는 인간을 무기로 사용한다고 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찬양하는 이와 같은 인식이 과연 전 세계에 통용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가미카제 특공대를 찬양하는 우파 지식인들이 바라마지 않던 일이 최근에 벌어졌다. 2월 4일자 일본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가고시마현 미나미규슈시의 치란 특공평화회관이 보유하고 있는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의 유서, 사진 등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신청수속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극우파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대표작 ‘전쟁론’에는 “죽어도, 다시 죽어도 우리의 혼은 영구히 남아서 조국을 지킬 것이다”라고 하는 가장 전형적인 유서의 일부가 실려 있다.

그런데 이 대부분의 유서는 공개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당연히 그들의 본심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이 가족들에게 보낸 ‘진짜’ 유서에는 “애국이라고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수백만 명이 다른 수백만 명의 목숨과 자유를 빼앗는 것인가?” “‘적어도 우리들은 영웅이다’라고 스스로를 열심히 세뇌시키고 있다” “절망이 우리를 인도해간다”와 같은 절절한 내용이 담겨 있다. 활주로를 천천히 걸어갔던 노인과 마찬가지 심정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이와 같은 등재는 절대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개인으로서는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작성된 이 위선적인 편지들의 밑바닥에는 일본의 침략전쟁의 희생이 된 수많은 아시아인들의 비명만이 아니라,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의 신음도 깔려 있는 것이다. 만일 이 편지들이 세계기록유산에 버젓이 등재가 된다면, 그것은 인류에게 있어서 치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김준섭(국방대 교수·안보정책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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