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희정 충남지사 “모든 과거 하나로 통합해 이끌 수 있는 지도자 필요”
만난 사람=신종수 부국장 겸 사회2부장
안희정 충남지사는 7일 충남도청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 미래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는데 신년기자회견을 어떻게 봤나.
“고 박정희 대통령의 7·4남북공동성명 정신은 지금도 분명히 살아 있다. 남북 모두가 독재하기 위한 성명이라고 비판하는 분도 있지만 분단과 전쟁, 휴전 후 남북 지도자 간 최초의 합의다. 3대 원칙이 자주, 평화, 민족이다. 굉장히 큰 기념비적인 첫 단추를 박정희 대통령이 채워 둔 것이고 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금 국민이 기대하는 남북 통일의 길로 나가는 것 아니겠느냐.”
-통일 의제는 민주당이 주도하던 것인데, 박 대통령 주도로 통일 무드가 조성되면 민주당이 소외되는 것 아닌가.
“여야를 떠나 지도자는 늘 솔로몬 재판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민족과 국민을 위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 박수를 쳐 주고 좋아해야 한다. 대통령의 긍정적인 모습을 격려해 줘야 한다. 말싸움을 해서는 국민들에게 칭찬을 받지 못한다. 다만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다들 걱정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 야당을 지지했던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가져주길 바란다.”
-노무현정부 때 10·4선언을 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단절됐는데.
“지도자들의 신뢰 구축에는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평화통일도 마찬가지다. 긴 전략이 필요하다. 분단된 민족의 재결합과 통일의 과제는 특정 정파의 이익에 맞추면 국민적인 힘을 모으지 못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하셨는데,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남한의 투자와 기술력이 결합된 경제성이든, 러시아의 가스관을 육로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든 계획을 크게 잡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괘씸하게 생각하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시야를 넓고 길게 보면서 국민에게 참고 인내하라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상호전략으로 가면 안 된다. 매우 큰 인내와 장기적인 전략을 가져야 한다. 당장 이윤이 남는 사업으로 생각하면 대북정책을 못한다. 박정희정부의 7·4남북공동성명, 노태우정부의 제네바 기본합의, 김대중정부의 6·15공동선언, 노무현정부의 10·4 공동선언을 이어가면 된다. 박 대통령도 그 역사를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 비전을 갖고 꾸준히 계승해 줬으면 좋겠다.”
-철도 파업 등 공공부문 효율화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공기업은 혁신돼야 한다. 다만 정부가 좀 더 설득력을 발휘해야 한다. 대화의 장을 만들고 서두르지 않기를 바란다. 임기 내에 무리하게 결론내지 말고 꾸준히 과정을 진행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적자의 원인을 분석하고 공기업을 혁신하기 위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힘으로 하면 당장 국가권력이 이긴다. 국가권력이 국민과 싸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아무리 급해도 국민들의 동의와 합의 과정이 없으면 안 된다. 임기 내에 끝내려고 밀어붙여서도 안 된다.
사회적 갈등은 우리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도자는 대화를 유도해야 한다. 지도자에게는 법적인 권한이 있고 나머지 역할은 사회자일 뿐이다. 합의가 어렵지만 대화를 할 만큼 했다고 느낄 정도로 충분한 논의를 거치도록 이끌고 과반 이상의 확실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가의 의사결정은 지도자의 법적 권한뿐 아니라 국민적인 합의와 절차가 중요하다. 지도자가 그런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지도자가 법적 권한만 내세우면 국민이 안녕하지 못하다.”
-도정을 이끌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성과가 뭐냐고 묻지만 아직은 솜사탕을 만드는 것처럼 빈 공간에 나무젓가락을 돌리는 것 같다. 임기 중에 당장 보여줄 것이 없어 죄송하다. 다만 충청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임기는 제한돼 있지만 연속성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문제는 이러면 선거에서 떨어진다는 것이다(웃음). 그래도 새롭게 도전하겠다. 단기적인 성과를 가시화시키지 않고 자랑하지 않아도 지지받을 수 있는 도정을 펼치는 것이 목표다. 예를 들면 정보공개를 위해 3년째 행정전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100% 정보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도 홈페이지에서 예산의 수입과 지출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농정도 공무원이 아니라 농민이 주인이 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지역에서 새로운 정치 실험을 하고 있다. 당장은 성과가 없다. 이명박정부가 성과가 많다고 하지만 지금 보면 국가의 부담이다. 당 지지율도 낮지만 도민에게 소신과 포부를 전하면서 돌파할 생각이다.”
-영화 변호인을 봤나. 변호인을 보며 우는 사람도 많았지만 친노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인 편이다.
“80년대 학생운동 기억이 떠올라서 슬펐다. 감금돼 맞고, 공포와 수치심에 떨던 기억이 나서 힘들었다. ‘이건 아니잖아요’라는 대목에서 가장 울컥했다. ‘이건 아니잖아요’와 같은 일은 국가와 힘 있는 사람들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 모두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왜 생기는지 생각해야 한다. 미운 마음은 상대로부터가 아니라 나 스스로부터 오는 것이다. 노무현의 존재에 대한 미움과 불편이다.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면 자기만 손해이다. 분명한 사실은 미웠던 사람들이 지나고 나면 가장 큰 스승이 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저는 밉고 분한 마음에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성장했다. 김대중과 노무현에 대한 미움은 한국사회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이다.”
-지방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충청 출신 대권 잠룡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도지사 재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앞길이 구만리인 사람한테 덕담을 해주는 거다. 그리고 지역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식민지, 분단, 전쟁, 독재, 산업화, 민주화를 하나의 과거로서 통합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합해서 이끌 수 있는 지도자가 나오길 바란다. 저는 국민과 가장 가까운 현장에 있다. 국민의 삶의 최전선에 있다. 주민들의 불만과 고통을 늘 현장에서 느끼고 있다. 그래서 저는 여기가 현장이고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정리=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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