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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선업계 납품비리 이 정도일 줄이야


국내 조선업계가 너무 썩었다는 게 백일하에 드러났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납품비리 사건과 관련해 33명이 무더기로 처벌받은 데 이어 이번에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 12명과 삼성중공업 부장 1명이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울산지검이 구속 기소한 현대중공업 임직원은 부사장부터 전무, 상무, 부장, 차장 등 고루 분포돼 있다. 납품 경쟁이 치열해지자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협력사에 뇌물을 공공연히 요구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조선업계 전반에 갑(甲)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의미다.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검은돈을 챙긴 수법을 보면 기가 막힌다. 부사장이라는 사람은 부품업체 대표로부터 1억3000만원짜리 골프장 회원권을 받고 납품할 수 있도록 해준 뒤 부품업체 대표에게 회원권을 사가라고 요구해 현금으로 챙겼다. 협력업체 대표를 법률사무소로 불러내 2018년까지 발생할 납품 청탁 대가를 미리 산정한 뒤 돈을 빌려준 것처럼 28억원짜리 채무증서를 작성해 공증을 받은 부장도 있었다. 수사망을 피하려 유흥업소 여종업원 명의의 계좌를 통해 금품을 받은 경우도 있고, 친인척을 협력업체 직원인 양 꾸민 뒤 월급 명목으로 매월 돈을 챙기는 방법도 동원됐다. 그야말로 비리 백화점이요, 복마전이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원전비리로 공분을 사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부장에게 납품 청탁과 함께 10억원이 넘는 돈을 건넸다가 적발된 적도 있다. 이래놓고 세계 1위 조선업체라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협력업체의 뇌물은 부품 단가에 반영돼 품질 저하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현대중공업 이미지가 실추된 것은 물론 자칫 국제 경쟁력 저하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조선업체 임직원들의 과도한 금품 요구로 납품을 포기한 업체도 있다고 한다.검찰은 조선업체들이 다시는 ‘갑질’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뇌물을 전액 환수하는 한편 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조선업계는 조속히 비리 근절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뼈를 깎는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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