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닷컴’이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수컷이라니, 이름부터 도발적이죠? 동물에게나 쓰는 말인데…. 이 사이트가 눈길을 끄는 것은 수컷닷컴의 일부 회원들이 ‘서울역 분신’ 사건을 자살이 아닌 타살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일 수컷닷컴 관리자는 서울역 분신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면 500만원을 주겠다고 현상금을 내걸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숨진 이남종(41)씨의 죽음에 특정세력의 음모가 숨어 있다고 믿는 것 같아요. 수컷닷컴 측은 지난 4일 ‘미스터리 현장 살인 의심극 서울역 살인사건’이라는 카툰을 올리며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을 키웠습니다.
카툰에는 ‘누가 거짓말 하고 있지’라거나 ‘의문의 승합차, 피해자와 함께 있던 2명’ ‘고가 밑 목격자1과 고가 위 목격자2는 동일인? 모르는 사람 장례식까지 따라간 목격자.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는 정치세력들’ ‘톱니바퀴처럼 물려 들어가며 짜여진 각본처럼 전개되는 사건의 정황’ ‘누가? 왜? 평범한 시민을 가짜 열사로 만들려 하는가’라는 문구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수컷닷컴 측은 또 유튜브에 분신 현장을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을 올리고 “다른 사람이 불을 붙여준 것처럼 보인다”고까지 했습니다. 영상에는 분신 직전 고가도로 위에서 이씨 아닌 다른 남성이 서성이는 모습이 담겨 있었고요. 일련의 행동으로 볼 때 수컷닷컴 측은 누군가 이씨의 자살을 기획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경찰은 펄쩍 뛰고 있습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6일 “자살은 명백한 사실이다. 고인이 직접 몸에 불을 붙이는 장면을 코앞에서 목격한 경찰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분신 현장에 있던 남성은 서울역파출소 소속 경찰관입니다.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씨는 기름 한 통을 온 몸에 부은 상태였고 지포라이터 두 개를 들고 있었다네요. 그래서 경찰이 분신을 막지 못했다고 합니다.
경찰 발표에도 이들의 의심은 여전합니다. 수컷닷컴에는 이날도 ‘광주에서 갓 올라온 사람이 CCTV가 없는 장소를 어찌 알았을까’라거나 ‘(이씨가) 사채를 썼다. 누가 사채를 빌려줬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랐습니다.
수컷닷컴은 지난해 12월 23일 ‘애국우파 청년 포털’을 지향하며 등장했습니다. 보수논객인 변희재(40) 미디어워치 대표의 지원을 등에 업고 문화평론가 김지룡(50)씨가 대표로 나섰는데요. 개설 직후에는 포털 사이트에서 하루 종일 검색어 상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김 대표가 수컷닷컴을 맡은 점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83학번인 김 대표는 여성 인권을 옹호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대표는 2012년 7월 한 일간지에 기고한 에세이 ‘아이를 키우는 것은 조금씩 미쳐가는 일이다’에서 아이 키우는 전업주부의 고충에 대해 절절히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이랬던 분이 대표로 있는 수컷닷컴에 ‘동남아 걸레들’ ‘다리 벌리며 아찔한 유혹’ 등의 성적 게시물이 넘쳐 납니다.
여성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애국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는 포털도 좋고 정치적 글이 이어지는 것도 좋은데,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게시물이 넘치다니 불쾌하기 짝이 없다”거나 “여성이나 육아 문제에 관심이 많던 김지룡씨가 수컷닷컴 대표라니 깜짝 놀랐다”는 글이 올라 있습니다. 김 대표님, 뭐라 할 말 없으신지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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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서울역 분신’ 왜곡에 성적 게시물 넘쳐… ‘수컷닷컴’이 애국우파 청년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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