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갑오년 희망가
새날이다. 어제까지의 침잠에서 탈탈 털고 일어서야 할 새해 첫날이다. 꿈꾸는 자에게는 불가능이 없고 위대한 동경과 약속에 사는 자에게는 거리낄 것이 없는 새날의 시작이다.
다시 갑오년이 열린 것이다. 정확하게는 이달 31일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갑오년이지만 일단 해가 바뀌었으니 그리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갑오년은 언제나 개혁의 필요성이 분출되고 좌절의 아픔이 교차했었다.
120년 전 갑오경장은 조선왕조가 낡은 틀을 버리고 근대사회로 도약하겠다는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1894년 7월부터 시작된 32개 개혁 방안은 일본 의존형의 강제 개혁인 데다 동학운동 진압과 겹치면서 민심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일찌감치 실패를 예고했다.
게다가 일본을 등에 업은 개화파와 이에 저항하는 수구파의 대립 속에서 1895년 10월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고종마저 1896년 2월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아관파천)하면서 개혁은 막을 내렸다. 실패의 여파는 컸고, 끝내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60년 전 1954년 갑오년도 개혁의 때였다. 한국전쟁 직후, 이른바 전후복구를 위한 개혁이 절실했다. 정부는 그해 종합부흥계획을 세웠으나 전쟁 중의 통화 남발과 생필품 부족에 따른 고물가, 자본 부족으로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결국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의 한 원인이 됐다.
이번 갑오년은 어찌 될 것인가. 지난달 23일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을 갑오경장에 빗대 갑오년의 개혁이 한국의 미래를 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면 갑오경장의 실패 원인부터 점검해봐야 할 텐데 더 이상의 발언이 없어 아쉽다. 의지뿐인 개혁은 실패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 아닌가. 일상에 지쳐 있는 국민의 마음을 읽고 이들과 함께하고 꿈을 안겨주려면 소통과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
조선신학교(현 한신대) 설립자 장공 김재준 목사(1901∼1987)는 ‘불멸의 동경’(1939)이란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돌 틈에 싹튼 작은 풀잎사귀에도 전 우주의 정기가 품겨 있고, 흙무더기에 뒹구는 도토리 속에도 운하(雲霞)를 뚫고 설 대 상수리나무의 가능성이 품겨 있다.”(저작집 1권)
장공은 우리 모두가 가능성이고 희망이라고 봤다. 갑오년의 희망가가 따로 없다. 늘 지쳐 있고 연약하기에 이리저리 치이고 또한 부족하지만 우리는 태생적으로 우주의 기운을 품었고 구름과 안개를 헤치고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의 담지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 아닌가. 꿈이 있기에, 약속을 믿기에.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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