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베 총리의 한심한 행보, 야스쿠니 참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1주년을 맞아 태평양전쟁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한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처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보수층을 겨냥해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행보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의 반발을 자초한 어리석은 결정이란 말이다. 무엇이 진정으로 자국과 이웃나라에 이득이 되는지 모르는 전형적인 소인배 정치인에 불과하다.

그의 야스쿠니 참배로 회복의 조짐을 보이던 한·일 관계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 자명하며 이는 두 나라는 물론 동북아시아 협력 및 평화체제 구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두 나라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차관급 전략대화를 갖기로 합의하고 마지막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이달 말로 추진됐던 전략대화는 내년 초에 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없었던 일이 될 것이 뻔하다.

심각한 점은 일본 정부가 자국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일본 내각의 2인자격인 아소 다로 부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자 곧바로 외교부 장관의 방일을 없던 일로 한 적이 있다. 우리 국민 정서에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참배가 어떤 의미를 주는지 훤히 알면서도 나보란 듯 강행하는 것은 관계개선의 의지가 없는 파렴치한 행위에 다름 아니다.

정부 대변인인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나서서 아베 총리의 행위를 양국 협력을 근본부터 훼손시키는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비판한 속뜻을 일본은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용서받을 수 없는 전쟁범죄자들을 모아놓고 그들을 추모하는 것은 일본의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것으로 잘못된 역사인식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도 아베 총리의 참배를 인류양식에 공공연히 도전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일 관계의 개선은 우리에겐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를 안겨둔 셈이지만 결코 비굴하거나 당당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일이다. 아베 총리는 입으로는 한국과 중국의 마음을 상하게 할 의도가 없다고 외치고 있지만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난 셈이다. 이번 기회에 양국 관계 회복의 속도를 다시 한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결코 교류와 협력을 포기해서는 안 될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긴 하지만 그들이 과거사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한 쉽사리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는 없다. 정부 당국은 협상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두려워서 협상하는 것도 아니라는 케네디 대통령의 명언을 다시 한번 가슴 속에 새겼으면 한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일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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