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장기려 장로님
1995년 12월 25일 성탄절은 아침부터 분주했습니다. 새벽예배를 마친 후 장기려 장로님 소천 소식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장례식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렇게 그분을 떠나보낸 지 벌써 20년이 되어 갑니다. 교회 부임 후 첫 성탄절이 장기려 장로님 소천일이었기에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님을 섬기다 간 사람’으로 써달라는 그분의 유언대로 기록된 묘비가 지금도 마석 모란공원묘지에 서 있습니다.
해마다 12월이면 장기려 장로님의 삶을 생각하며 나는 한 해를 어떻게 살았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실천하신 그분의 삶을 따라 우리도 이웃을 섬기는 성탄절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성탄 헌금 전액을 주변 어려운 학생들 장학금으로 쓰는 것도 그런 의미입니다. 그리고 매년 장로님을 기념하는 의료봉사 등을 국내외에서 꾸준히 펼치고 있습니다.
‘주님을 섬기다 간 사람’. 이 묘비에 적힌 문구가 주는 의미가 매우 큽니다. 진정 주님을 섬긴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화려한 장식 속에 멋진 성탄절 의식을 치르는 것일까요? 그분을 모신다는 생각으로 멋진 예배당을 짓는 것일까요? 장기려 장로님은 그것이 무엇인지 삶을 통해 답을 던져주셨습니다. 장례식장에 몰려든 수많은 조문객 중 상당수가 그분의 사랑을 입은 사람이고 또 그분을 한 번도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그분을 존경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1995년 당시는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된 소식이 신문과 방송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때였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성탄절에 천국에 가시므로 모든 뉴스는 그분의 삶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대조되는 뉴스였습니다. 욕심이 찌든 권력자와 평생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베풀다 간 사람의 이야기.
지난 12월 12일에는 부산 복음병원에 그분의 흉상을 세웠습니다. 그분을 우상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흉상을 볼 때마다 그분의 뒤를 따르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존경하고 추모는 하지만 그렇게 살지는 못하는 우리들이 도전을 받자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삶의 현장 곳곳에 내가 섬겨야 할 주님이 있습니다. 내가 손 잡아주어야 할 작고 힘없는 이웃이 우리가 섬길 주님입니다. 주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고.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주님을 섬기기를 기대합니다. ‘교회’가 아닌 주님이 관심 갖고 있는, 희망을 잃은 ‘이웃’을 섬기며 일으켜야 합니다. 그렇게 섬기면 교회를 보는 세상의 눈도 달라질 것이며 주님이 영광 받으실 것입니다. 평생 주님을 섬기다 가고 싶습니다. 주님을 제대로 섬기는 교회다운 교회를 가꾸고 싶습니다.
<산정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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