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열국의 아비, 다시 그 분께 시선을 고정하고 그의 다스림에 순종하시라
“당신은 방금 왕이 걸어 나가시는 걸 본 거요. 고난을 겪는 훌륭한 왕이죠. 열심히 일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왕이요… 멋지고 믿음직한 아버지였죠. 항상 자식들만 생각하고.”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주인공은 1940년대 말 미국 자본주의를 살았던 힘겨운 소시민이다. 일자리를 잃은 쪽배 같은 처지에서도 가족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세일즈맨의 아내는 “관심을 기울여 주어야 해. 늙은 개처럼
무덤 속으로 굴러 떨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돼. 이런 사람에게도 관심이 필요하다”며 남편을 변호한다.
‘세일즈맨’은 21세기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아버지의 모습과 닮았다. 경기침체와 불황, 사회적 갈등과 분열로 점철된 정글 속에서 남성들은 무한 책임과 압박감, 풀리지 않는 갑갑함을 토로한다. 세계 최고의 40대 남성 사망률이 좀처럼 깨지지 않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을 수 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모(46)씨는 사무실에서 퇴근하기가 불안하다. 최근 금융권에 칼바람이 몰아치면서 구조조정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앉아 있어도 좌불안석인 그는 혈압 수치까지 높게 나와 의사의 주의를 받았다. 이뿐 아니다. 그동안 자녀교육은 아내에게만 맡기고 일에만 파묻혀온 탓에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잘 모른다. 2년 전 중학생이 된 아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PC방에 다녔고 학원 수업을 핑계로 밤늦게 귀가했다.
지난해에는 그런 아들을 나무라자 “아빠가 뭘 아느냐”며 “PC방이나 학원에 가야 친구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와 친구 같은 아빠로 살아보려고 발버둥쳤건만 ‘친구 같은 아빠’는 김씨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아내는 “애 마음도 모르냐”며 핀잔만 줬다. 김씨는 “예수 믿는 가정을 꾸리면 자동으로 좋은 아빠, 멋진 남성이 될 줄 알았다”며 “아버지 되기가 쉬운 게 아닌 것 같다”고 털어놨다.
좋은 아버지, 믿음직한 남자가 되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숙제다. 과연 ‘위기의’ 남자들이 바라볼 곳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하나님께 시선을 고정하고 그의 다스림에 순종하라고 권면한다.
성경은 인간을 규정하는 품성에 대해 말한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졌으며(창 1:27), 예배하도록 지음을 받았다(요 4:23). 또 아담의 범죄 이후 사람은 본질적으로 죄인이며(롬 3:12) 구세주가 필요하다(요 3:16). 남성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구절은 거의 없지만 남성이 여성과 다르게 지음을 받았기 때문에(창 1:27) 기독교 전통에서는 남성이 영적 지도자로서 자녀를 훈련시키고 가르칠 책임이 있다고 가르쳐왔다.
아버지란 말 자체는 성경 전체에서 1625군데 등장한다. 이 중 창세기가 220곳으로 가장 많고 역대상 136곳, 요한복음 113곳 순이다. 이들 책에서 아버지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하나님 아버지의 성품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창세기만 하더라도 성경적 아버지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아담과 노아, 아브라함, 이삭, 야곱이 등장한다. 하나님은 이들을 통해 자신의 사랑과 온유, 인내와 지혜, 보호하심을 나타냈다.
아담은 인류 역사 중 첫 번째 사람이었고 얼마 동안은 홀로 살았다. 부모도 자녀도 없었고 가족이나 친구도 없었다.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며 에덴을 다스렸다. 하나님을 경외했던 노아는 방주를 만들어 자기 가족을 구원하고 의를 물려받는 상속자가 됐다(히 11:7).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한 믿음의 사람이었다. ‘열국의 아비’라는 뜻을 가진 그의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떠돌이처럼 장막에서 살았다. 그는 훗날 이루어질 하나님의 약속을 믿었다.
가정사역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남성의 성경 인물로 각각 갈렙과 보아스, 요셉, 탕자의 아버지를 꼽았다. 이들에 따르면 갈렙은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환경에 요동치 않고 꿋꿋하게 삶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이었다. 수십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2인자 인생을 살고 있는 오늘의 한국 남성들과 비슷하다. 보아스와 요셉은 자신의 배우자인 룻과 마리아를 배려하고 사랑했던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사랑과 존경과 인내로 부부생활을 이어갔다. 누가복음 15장에 등장하는 탕자의 아버지는 이 시대의 아버지 모델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교훈을 던진다. 하나님 아버지는 자녀의 연약함을 길이 참으신다. 아담과 노아, 엘리가 자기 자녀들의 연약함을 방치해 인생의 오점을 남긴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와일드맨(wildman)이란 의미도 원래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남성적 성품을 나타내는 말이지 ‘짐승남’이 아니라고 했다. 온갖 미디어가 조장하는 마초적 남자가 진정한 남성이 아니라 어떠한 시대적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남자라는 것이다.
진정한 남성성은 참된 아버지됨과 연결되기도 한다. 포용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아버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심성, 신앙을 자녀에게 전수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회복한다면 하나님이 불어넣으신 남성성도 자연히 회복된다. 성경적 아버지됨의 회복, 참된 자아상의 회복을 위한 교회의 남성 회복운동이 시급한 때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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