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금값 2013년 들어 28% 폭락… 금 펀드도 덩달아 굴욕

“신흥국 외한보유고에서 금 비중은 아직도 낮은 편입니다. 선진국 통화완화 정책으로 달러·엔·유로 가치가 떨어져 금 인기는 내년에도 여전할 것입니다.”(2012년 12월 A증권사 연구원)

“중앙은행의 골드러시가 이어질 수밖에 없어 국제 금값은 내년에도 점진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2012년 12월 B증권사 연구원)

회사원 김모(34)씨는 지난해 말 증권사 연구원들의 말을 너무 믿었다. 만기에 찾은 적금 2000만원을 다시 예금에 넣자니 금리가 지나치게 낮았다. 기댈 구석은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 찬 금뿐이었다. 김씨는 결국 금 펀드에 2000만원을 넣었다. 1년이 지난 지금 김씨는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속절없이 추락하는 금값에 금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은행뿐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을 사들이며 치솟던 금값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어서다.

3일 런던금시장협회에 따르면 금값은 지난 1월 2일 1트라이온스당 1693.75달러에서 지난 2일 1229.50달러로 급락했다. 무려 28.4%나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금값이 추락하면서 금 관련 펀드 수익률도 뚝 떨어졌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 금 펀드 10개의 올해 수익률은 -30.09%다. 금 펀드의 수익률은 테마형 펀드 38개 중 가장 나쁘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값의 추락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금값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시장에서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신한은행만 팔던 골드바를 KB국민은행도 팔기 시작했다. 심지어 백화점에서도 골드바를 살 수 있었다.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금은 불티나게 팔렸다.

1년도 채 안돼 금값이 반전한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종료 방침 때문이다. 금이 달러 등 기축통화 가치가 떨어질 때 대안제 역할을 했었는데 달러값이 오르면서 금 수요가 사라졌다. 또 미국 경제가 올여름 이후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금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고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도 금값을 떨어트리고 있다. 여기에 미국 증시 호황도 가세하고 있다.

내년 금 가격 흐름을 두고 전문가들도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시작되면 금의 매력이 떨어지지만,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들이 금을 대거 사들이는 탓이다. 서지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 소비의 주체인 중국 경기가 상반기에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 금 가격도 반등 탄력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손재현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금시장에서는 1트라이온스당 1200달러에서 1100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골드만삭스는 105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신흥국 수요가 있지만 금 가격이 낮을 때 제한적으로 생기는 것이어서 가격이 반등할 확률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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