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부회장 정점 후계구도 강화… 이부진·서현 나란히 에버랜드 포진

삼성그룹의 2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자녀들의 ‘경영협력 체제’가 한층 강화됐다. 사장으로 승진한 이서현(40) 삼성에버랜드 사장을 비롯해 장남 이재용(45)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녀 이부진(43) 호텔신라 사장 등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며 이 회장 뒤를 이을 3각 후계구도를 더욱 확고하게 다질 전망이다.

제일모직 부사장에서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승진한 이서현 사장은 올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서현 사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패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아웃도어 사업 진출 등 그룹의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회사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며 “패션사업의 에버랜드로의 통합·이관 후 제2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서현 사장이 제일모직에서 삼성에버랜드로 떨어져 나간 패션사업을 맡는 동시에 기존의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 자리까지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그룹 내 영향력은 한층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서현 사장은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기면서 언니 이부진 사장과 한 배를 타게 됐다. 이부진 사장은 2011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에버랜드에서도 경영전략담당 사장직을 겸임해 왔다. 현재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그룹 내에서 각각 호텔·레저사업과 패션·광고(제일기획) 파트를 책임지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져 있다.

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나란히 삼성에버랜드에 포진하면서 이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후계구도가 강화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는데 이 부회장이 지분 25.10%를 보유해 최대 주주로 등재돼 있다. 동생들은 각각 8.3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에버랜드 울타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 부회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향후 후계구도의 최정점이 이 부회장임을 분명히 하면서 두 딸에게는 각자가 맡은 역할과 한계를 분명히 인식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인사에서 이부진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명단에서는 빠졌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경우 오빠와 같은 직급이 되면서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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