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공개 피하기 꼼수’ 등기임원 연봉 대폭 삭감

기업들이 올해 등기임원 연봉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에 따른 실적 부진 탓에 보수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연봉 공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기업들은 지난 29일부터 발표하는 사업보고서 등에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개인별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기존에는 등기임원 전체에게 지급하는 보수 총액과 평균 액수만 공개됐다.

재벌닷컴은 지난해 등기임원 보수가 평균 5억원 이상인 12월 결산법인 21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23곳(56.2%)은 올해 1~9월 지급한 등기임원 보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올해 등기임원 보수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기업은 20곳에 이르렀다.

특히 총수나 일가족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기업의 임원 보수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등기임원 1인당 평균 보수가 18억2900만원이었던 아모레퍼시픽은 올 들어 71.2%나 줄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임원에게 3년마다 인센티브를 주는데 지난해 지급됐기 때문에 올해 평균 보수가 크게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70.5% 감소했다. 지난해 등기임원 1인당 평균 보수가 연간 30억원을 넘었던 SK텔레콤, CJ제일제당은 올해 9월 말까지 지급된 임원 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등기임원 1인당 평균 보수가 20억원대였던 네이버, 엔씨소프트도 50% 이상 감소했다. LG생활건강, SK네트웍스, STX조선해양, E1, LG화학, LG상사 등도 하락률이 50%를 넘었다.

또한 계열사 법정관리로 막대한 투자자 손실을 가져온 동양그룹 총수 일가는 올해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등기임원으로 있는 ㈜동양을 비롯해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 등에서 올 들어 9월 말까지 모두 34억55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현 회장의 부인 이혜경 부회장도 10억8000만원을 챙겨 부부 합산액만 45억3500만원에 달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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