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경복궁 하향정

Է:2013-11-2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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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궐도는 조선 고종 시대에 중건된 경복궁의 원래 모습을 알려주는 거의 유일한 자료이다. 근정전을 비롯한 총 509동 6806간이 북궐도에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중건 당시(고종 5년·1868년)엔 없었던 건청궁(1873년 건립)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경복궁에는 북궐도엔 없는 건축물이 몇 동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하향정(荷香亭) 등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경복궁의 원형을 훼손하고 있는 후대의 건물들이다. 하지만 이들 건축물은 김영삼정부 시절 철거된 조선총독부 청사와 달리 경복궁을 옛 모습대로 되살리는 경복궁 복원사업에서 철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존치해도 경복궁과 조화를 이룰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향원정과 하향정, 경복궁에 있는 두 개의 정자 가운데 향원정은 익숙하지만 하향정은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하향정은 경회루 서북쪽 일반인 관람 제한구역에 있다. 하향정은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의 휴식을 위해 지은 13.8㎡ 규모의 육각 정자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와 하향정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사진이 남아 있다.

이 사진 때문에 최근 하향정 존폐 논란이 일었다. 일부 정치권과 ‘문화재제자리찾기’ 등 몇몇 시민단체가 하향정 철거를 요구하고 나선 것. 이들은 “하향정은 이 대통령 개인 낚시터”라며 “개인의 목적을 위해 권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문화재인 경복궁을 훼손시킨 것이기 때문에 철거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건립 의도가 그렇다 해도 하향정이 갖는 건축학적·역사적 가치를 너무 무시해선 안 된다는 반론 또한 만만찮다.

하향정은 ‘조선시대 마지막 목수’로 불리던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배희한이 건축했다. 그는 덕수궁, 경회루, 향원정, 삼척 죽서루, 영월 관풍루 등의 보수·수리에 참여한 당대 최고의 장인이다. 현대식 철근 콘크리트 건물인 고궁박물관과 민속박물관이 경복궁과 부조화를 이루면 이루었지, 하향정은 경회루와 잘 조화를 이룬다는 게 대다수 문화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명장의 얼과 혼이 담겨 있는 ‘유산’을 함부로 없애선 안 된다. 더욱이 그 기준이 건축물 자체의 가치가 아닌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파괴는 쉽지만 복원은 어렵고, 때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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