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대통령으로”… 美 민주당 벌써 움직인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16년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지도 않았지만 민주당이 벌써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조직 결성 차원을 넘어 친(親)클린턴 민주당 외곽 조직으로 베테랑 선거 전략가들이 이동하는 등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 파란 등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우려가 높아지면서 내년 중간선거를 클린턴 전 장관과 ‘연합’해 치르려는 움직임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16일(현지시간)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 재선캠프 본부장을 맡았던 선거전략가 짐 메시나가 민주당의 핵심 ‘슈퍼 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인 ‘국가우선계획 USA(Priorities USA)’에 합류할 예정이다. 국가우선계획 USA는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 재선을 위해 설립됐지만 현재는 2016년 대선을 겨냥한 클린턴 전 장관 지지 조직으로 변신했다. 메시나 외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도 이 슈퍼팩 합류 문제를 논의 중이다. 슈퍼팩은 선거캠프에는 소속되지 않고 외부에서 선거 지지활동을 벌이는 조직인데, 무제한으로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다.

특히 이 슈퍼팩에 메시나가 참여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 정치전문 기자인 댄 발즈는 분석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출마 후보군에 대해 중립을 선언하더라도 백악관 정치참모들이 클린턴 선거 진영으로 이동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라는 것이다. 국가우선계획 USA의 재정비는 민주당 안팎에서 진행되는 ‘구조적 전환’의 한 예에 불과하다. 또 다른 민주당 외곽 슈퍼팩인 ‘아메리칸 브리지’는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공화당의 공격을 막아내는 역할을 이미 시작했다.

게다가 진보단체에 각종 유권자 정보와 선거 관련 정보기술(IT)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캐털리스트’에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최근 250만 달러를 기부한 것도 클린턴 전 장관 진영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의 공동설립자인 해롤드 익스는 클린턴 전 대통령 오랜 후원자다.

하지만 이러한 민주당 관련 단체의 움직임은 일부 클린턴 전 장관 지지자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WP는 전했다. 이들은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로 클린턴 전 장관이 ‘필연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2008년 대선에서 무명이었던 오바마 후보에게 패배한 것처럼 이전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홈페이지 오작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오바마케어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인 인식을 얻는 데 실패하면 클린턴 전 장관의 출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를 밀어붙인 것은 클린턴 전 장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클린턴 전 장관은 건강보험개혁안의 핵심 주창자로 꼽힌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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