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대책 ‘해피하우스’ 12호 건축… 터전 잃은 장애인 4식구에 ‘기적의 새집’

지난 3월 21일 저녁 충남 공주시 탄천면 최상섭(가명)씨의 집 옆 창고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목조지붕과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집까지 빠르게 옮겨 붙었다. 이웃의 신고로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집은 다 타버렸다. 최씨는 목덜미와 얼굴에 약간의 화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아내와 두 딸은 귀가 전이었다. 그는 경미한 화상을 입은 것을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겼다. 그의 아내는 지적장애 3급, 두 딸은 지적장애 2급이고 최씨 역시 청각장애 1급이지만 가족 중 그만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머물 곳이 없었다. 이웃들은 마을의 빈집을 찾아 최씨 가족이 머물도록 했지만 임시방책일 뿐이었다. 마음 놓고 편히 지낼 수 있는 집을 마련해야 했다. 이웃들의 농사일을 돕고 받은 사례비와 기초생활수급비로 간간히 생계를 이어가던 최씨 가족이 새 집을 얻는 것은 꿈같은 얘기였다.

절망에 빠져 있던 최씨 가족에게 얼마 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해피하우스’라 불리는 새 집이 생긴 것. 해피하우스는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회장 정정섭)과 포스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 주관하고 소방방재청과 한국철강협회가 후원하는 ‘사랑의 집짓기’ 사업을 통해 화재피해 주민에게 제공하는 주거공간이다. 매년 화재로 생활 터전을 잃은 두 가정을 선정해 1억원을 들여 화재에 강한 철강구조의 실평수 40㎡ 집을 건축해 지원한다.해피하우스는 2009년 처음 시작해 최씨의 집까지 총 12채가 지어졌다

. 지난달 16일에는 올해 3월 발생한 화재로 투병 중인 아들과 거주하던 낡은 한옥집이 모두 타버린 김철규(가명)씨의 해피하우스 11호가 완공됐다. 김씨 가족은 지인들이 마련해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다가 소방방재청의 추천으로 해피하우스 입주가정에 선정됐다.

지난달 31일 열린 최씨의 해피하우스 준공식에 참석한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은 “해피하우스 건축은 전국의 대학생과 일반인 등 자원봉사자 200여명이 힘을 모아 약 한 달간 진행됐다”며 “수고해주신 모든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 새 집에서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바란다”고 인사를 전했다. 포스코사회공헌그룹 양원준 상무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삶의 터전을 잃은 가족에게 추운 겨울이 오기 전 해피하우스를 지어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김씨는 “불이 났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는데, 지금은 벼랑에서 건져 올려진 기분”이라며 “용기와 희망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준공식에서는 사랑의 집짓기 주택 제막식과 희망열쇠 증정식을 갖고, 김씨 가정에 화재예방을 위한 화재감지기와 소화기 등 소방용품과 침구류, 가전제품 등 생활용품을 전달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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