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박재찬] 세계 최대 기독교 행사와 대통령

Է:2013-10-3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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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박재찬] 세계 최대 기독교 행사와 대통령

30일 오후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펼쳐진 제10차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개막식.

행사가 끝난 직후, 4000여명의 참석자들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마지막 순서에서 한국교회 130년의 역사를 30분 남짓한 시간동안 파노라마처럼 그려낸 공연 때문이었다.

“역동적인 한국교회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함께 염원하는 끈끈한 공감대가 느껴지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는 등 해외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한국인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안타까움이 배어나왔다.

“왜 못오신 거야?” 개막식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이번 총회는 110개국 349개 교파 및 교단, 5억600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두고 있는 WCC가 7년 만에 개최하는 세계 최대 기독교 축제다. 194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1차 총회 때부터 2006년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개최된 9차 총회에 이르기까지 개최국의 실질적 수장이 WCC 총회 개막행사에 불참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WCC 아시아 국장을 지낸 박경서 초대 대한민국 인권대사는 31일 “매우 특별한 사정으로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하지만 국제 관례상으로 볼 때 (대통령의 불참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박 전 대사는 1983년 제6차 밴쿠버(캐나다) 총회부터 부산 총회까지 30년 동안 모두 5차례 총회에 참석한 WCC의 산 증인이다.

올해 부산 총회가 다른 대회보다 특별했다는 점도 박 대통령의 빈자리를 커 보이게 했다. 이번 총회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열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기독교 행사다. 17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정통 기독교 국가의 교회부터 수십 년 전 복음을 받아들인 아시아의 소수 종족에 이르기까지 모두 모인 자리이기도 하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를 위해 매일 토론하고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고 있다.

대통령의 불참은 한국교회가 자초한 면도 크다. 교계 일부 단체가 행사 개막일까지 WCC 총회를 반대하는 집회를 연 상황에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을 지향하는 행사를 준비하며 개최국 교회들부터 마음을 모으지 못한 책임도 없지 않다. 그래도 행사가 끝날 때 “안녕히 돌아가십시오”라는 대통령의 따뜻한 작별 인사를 듣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 것이다.

부산=박재찬 종교부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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