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엄상익] 국정원 댓글 논란의 숨은 본질
“댓글 공작은 권력에 접근하려는 출세주의자들의 소행, 대통령이 문제 근절해야”
과거 안기부가 흑색선전물을 살포했었다. 인터넷 시대로 바뀌면서 국가정보원 심리전 요원들이 정치색 강한 댓글을 작성했거나 조직적으로 퍼나른 게 법정에 올랐다. 왜 끊임없이 이런 일이 발생할까. 국정원 간부들에 대한 소송 사건을 여러 번 맡았다. 한 간부가 정보기관의 일탈 배경에 대해 넌지시 이런 비유로 암시를 한 적이 있다.
“정보기관 직원인 우리들은 멸치 망을 가지고 작은 고기를 잡는 어부로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그물에 더러 문어 같은 다른 게 걸립니다. 정보 업무는 그 사용자인 권력자와 그를 둘러싼 양반들을 위해 봉사하는 건데 그 양반들이 한번 문어 맛을 들이면 그것만 잡아 대령하라고 하는 거예요. 거기서 탈이 나고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했다고 곤욕을 치르는 거죠. 재미를 본 양반님들은 점점 더 출세만 하더라구요.”
그 비유에 핵심이 다 들어 있었다.
그렇다면 진짜 몸통은 따로 있다는 거다. 국정원 직원들은 정치에 관여하기 싫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일탈한 그들의 죄에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도대체 누가 왜 그런 행위들을 조직적으로 주도했을까. 댓글 공작을 이용해 권력에 접근하고 싶은 출세주의자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잡초같이 생명력이 질긴 그들은 권력과 자리만이 모두다. 양심이고 도덕은 없다. 그들에게는 국정원 조직이든 정부 예산이든 모두 다 개인 사유물이고 출세의 도구였다.
처음 실체에 접근했던 건 서울 송파서의 수사과장이다. 그는 사건을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검찰의 수사팀장도 역시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파충류의 숨겨진 꼬리를 분명히 본 거다. 그런데 선거법 위반이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티가 섞여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야당과 좌익에 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부담되는 그런 법적 판단을 정권이 좋아할 리 없다. 수사 실무자들이 전보조치되거나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여당은 눈을 감고 야당은 선을 넘어 범죄가 정쟁으로 화학적 변화를 했다. 한 차원 올려 좌우의 이념 대립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논점 변경의 곡론’이란 이론이 있다. 본질을 외면하고 엉뚱한 걸 놓고 다투는 방법이다.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수사 실무자들의 항의가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보고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절차적 문제가 본질을 실종시키고 있다. 진짜와 가짜가 모두 소리 높여 외치고 국민은 흥미를 잃는다. 진짜 범인은 그 그늘에서 검은 웃음을 흘리며 안도의 한숨을 돌릴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 범죄가 공적이 되고 그 포상이 있었던 전례를 기대할지도 모른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보고 바로 판단해야 한다. 과거와는 다르다.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러면 또 이런 일이 생기고 정권의 정직성이 오해받는다.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국정원의 문제점을 철저히 뿌리뽑고 건강한 정보기관으로 만들 의무가 있다.
정보기관의 존재이유와 역할은 분명히 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금지시키고 해야 할 일은 장려해야 한다. 정보기관의 수뇌부에 들어가 기생하면서 이런 일을 벌인 자들을 핀셋으로 뽑듯 철저히 색출해서 본때를 보여야 한다. 자리도 주지 말아야 한다.
얼마 전 국정원에 들어가서 간첩 혐의자 조사에 입회한 적이 있다. 진실의 바닥까지 철저히 수사해야 할 대공수사관들이 간첩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 적는 수준에서 수사를 끝내고 있었다. 수사요원들은 평범한 변호사인 내가 아는 사항의 일부밖에 몰랐다. 검찰은 다시 그 일부에 대해서만 기계적으로 기소했다. 간첩은 구치소에서 내게 “모든 증거가 북에 있는데 제놈들이 어떻게 나를 제대로 처벌하겠어”라며 비웃었다.
국정원 고유의 기능은 무기력해졌다. 기존의 수사지휘 체계로는 신뢰받기 힘들다. 정보기관의 생리를 모르는 특검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비정치적인 강직한 인물을 등용해 독자적인 수사를 명해야 한다. 본질은 범죄다. 정치가 아니다.
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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