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백상진] ‘모르쇠’ 기재부의 궁색한 변명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하나같이 모른다고 했다. 내년 일반회계 국세수입 예산 211조2960억원보다 13조원가량 많은 224조4013억원의 세입 요구액은 어떻게 작성된 것인지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세제실은 “이 숫자를 처음 본다. 작성한 적이 없다”며 예산실에 떠넘겼다. 예산실은 “세입 요구는 세제실에서 숫자를 줘야 논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취재 당시 224조4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는 이렇게 허공에 떠 있었다.

믿기 어려웠다.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기재부여서 더욱 그랬다. 세제실과 예산실을 제2차관 밑에 함께 두는 조직개편까지 단행했지만 부서 간 ‘칸막이’는 여전해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들은 기사가 나가자 해명에 급급했다. 한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입 요구액은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 때 협의를 거쳐 제출됐고 6월 작성된 예산 요구안에도 반영돼 근거가 있는 것”이라고 따졌다. 하지만 그 근거자료를 달라는 요구에는 “대외비 사항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근거가 부족한 세입 요구액을 국회에 제출하고도 기재부 내에서 숫자를 진지하게 책임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세제실이 모를 리 없다고 했던 예산실의 한 국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명예훼손을 언급했다. 또 “청와대나 윗선에서 뭐하는 사람이냐고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재부는 지난해 일반회계 세입결산 설명자료를 최근 국회에 낼 때도 미수납액과 불납결손액을 뒤바꿔 제출했다. 이는 국세청 담당자가 16일 오전 황급히 국민일보에 전화하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갈 사안이었다. 기재부는 지난해 국세수입 미수납액이 8조2122억원, 불납결손액이 11조440억원이라고 했지만 국세청 전화를 받고 열어본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는 미수납액이 11조440억원, 불납결손액이 8조2122억원으로 돼 있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입력 과정에서 단순 오타가 났다”며 “국회에 양해를 구한 뒤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검토를 하고 넘겼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세종=경제부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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