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한 매력적 투자처 없다” 34일째 사자 행진

외국인투자자의 1998년과 2013년 ‘바이코리아’는 겉은 같지만 속은 완전히 다르다. 전문가들은 같은 34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록이지만 투기성 자금이 주를 이뤘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장기 투자자금이어서 급격한 자금유출은 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1998년의 핫머니=98년 당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상황이었다. 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따라 막혀 있던 외국인 투자한도가 대폭 상향되면서 외국계 자금 유입 상황이 조성됐다. 기존 23%였던 외국인 투자한도는 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50%까지 대폭 확대된 것이다. 또 98년 2월 3일에는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B+에서 BB+로 3단계 올리는 등 투자환경도 일시적으로 좋아졌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도 외국인 투자자금을 대거 불렀다. 원·달러 환율은 97년 12월 23일 무려 1960원 선까지 뛰었다. 환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이 대거 유입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98년 당시에는 환차익과 IMF 특수상황을 노린 외국인의 단기성 자금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98년 4월부터 99년까지 외국인은 국내에 투자한 단기 자금 1조4000여억원어치의 주식을 던지며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

◇2013년의 장기 투자=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다. 최근 국내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돈 대부분이 장기 투자성향이 강하다. 전문가들 대다수는 외국인 투자금이 투기성 자금이 아닌 만큼 순매수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 투자금이 몰리는 건 신흥시장(이머징마켓) 내 안전지대를 찾겠다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신흥시장에 접근할 때 향후 성장성 측면에 많은 비중을 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 따라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자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시장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여실히 감지됐다.

연차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서영경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16일 “총회에 참가한 대표단들은 한국을 신흥국 금융위기 속에서도 선방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급격한 자본유출이 있었던 인도와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 신흥 5개국의 외환시장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이번 총회에서 제기돼 한국을 시샘하는 분위기였다는 것. 이에 브라질은 연차 총회기간 별도 회의를 개최해 자국의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적극 설득하고 나서기도 했다.

◇바이코리아 이어질까=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금의 추가 유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민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종별 외국인 지분율을 통해 외국인 매수여력을 판단해본 결과 최대 14조5000억원어치를 더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채 연구원도 “증시 추세를 2150선으로 보고 있는데 그때까지는 외국인 자금이 더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부채한도 협상 실패와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영업정지) 장기화 등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 부채한도 협상 결과에 따라 위험이 전이될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다”며 “국내외 금융시장에 줄 충격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삼열 한장희 기자 samu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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