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사태 새 국면] 금감원, 국민검사 첫 수용 개인투자자 피해 규명 착수

“위원들은 한목소리로 청구를 받아들일 필요성이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동양 사태는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크고 사회적 파장을 초래한 심각한 내용이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금융감독원이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민검사청구 심의위원회는 진지하고도 열띤 분위기였다. 심의위원회 참석자 6명(금감원 관계자 3명, 외부위원 3명)은 동양그룹의 회사채·기업어음(CP) 발행 과정에서 계열 증권사를 통한 불완전판매 등 위법 사항이 없었는지 검사를 실시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국민검사청구는 금융소비자들이 직접 금감원에 특정 금융회사의 검사를 청구하는 제도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 등 금융소비자 600명이 지난 8일 국민검사청구를 요청한 지 1주일 만이었다.

금감원의 이번 국민검사청구 수용 결정은 이례적으로 신속했다. 금감원이 이미 동양증권 등 동양그룹 계열 금융회사들을 무기한으로 특별검사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검사청구는 중복 사유로 기각될 가능성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회적인 이슈로 발전한 심각성을 고려해 결정했다”며 “심의위를 열 때까지 사전조사에 30일을 소요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최대한 절차를 빨리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특별검사 형식의 ‘국민검사반’(가칭)을 신설해 검사를 청구한 600명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피해 유형을 분류할 계획이다. 이 분류를 토대로 금감원의 동양 불완전판매 신고센터에 접수된 1만2000여 피해 사례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검사 후 결과를 국민검사청구 대표에게 알려준 뒤 위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동양계열사 및 임직원에 대해 제재를 부과할 방침이다.

다만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국민검사청구에 참여한 청구인들이 특별한 혜택을 받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위법성을 고발하는 국민검사청구와 개별적인 민원 해결은 별개”라고 설명했다. 다만 검사 결과 위법성이 드러나면 피해자들이 동양계열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유리하게 전개할 수 있다.

이번 국민검사청구 수용은 최수현 금감원장이 “금융소비자의 시각에서 절실히 원하는 검사를 하겠다”며 지난 5월 제도를 도입한 뒤 검사로 이어진 첫 사례다.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담합에 대한 국민검사청구 접수가 있었지만 피해 사례가 구체적이지 않고 금융당국의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됐었다.

한편 금감원은 펀드·보험 등 전 금융권의 판매 상품에 한정돼 있던 미스터리쇼핑의 영역을 특정 금융회사의 투기등급 회사채·CP 판매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키로 했다(국민일보 10월 10일자 13면 참조). 미스터리쇼핑은 불완전판매를 조사하기 위해 금융당국 직원이 고객을 가장해 판매 창구를 방문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상시 감시지표’ 대상에 특수 금융상품을 포함하고, 고령자 판매 비중이 높은지 등을 폭넓게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Key Word - 국민검사청구

금융회사의 위법과 부당한 업무처리로 피해를 본 국민이 200명 이상인 경우 금융감독원에 검사를 청구해 권리를 구제받게 한 제도. 금융소비자의 시각에서 검사를 실시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금융감독원은 검사 결과를 청구인 대표에게 통보하고, 위법이 확인되는 경우 해당 금융회사와 임직원에게 제재 조치를 취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