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이명찬] 집단적 자위권과 역사인식

Է:2013-10-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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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이명찬] 집단적 자위권과 역사인식

“우리 정부가 미·일에 동조할 수 없는 것은 아베 정권의 퇴행적 역사 인식 때문”

최근 국내 언론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미국이 ‘인정해 줬다’는 표현이 눈에 띈다. 이는 사실과 다르며, 최근의 미·일 동맹 강화에 대한 왜곡된 여론이 형성될까 우려된다. 일본 내 개헌론자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일본국헌법 9조 개정에 대한 요구에 지금까지 족쇄를 채운 것이 미국이며, 최근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해’줌으로써 ‘족쇄를 풀어줬다’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반성을 요구하는 한국의 바람에 반하고 일본을 우선하는 미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한·미 동맹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인터넷 상에서는 벌써 미국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해 줌으로써 일본에게 ‘침략전쟁에 대한 면죄부’를 주었다며 미국을 비판하는 글들이 많이 보인다.

사실 개헌론자들의 요구에 족쇄를 채운 것은 헌법 9조 개헌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었다. 또한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최근 ‘인정해’ 준 것이 아니라 아베 보수정권이 일본 다수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헌법 해석의 변경까지 시행하면서 강행하려 하자 미국이 ‘환영’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정확한 실태이다. 오래전부터 미국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일본정부에 요구해 왔으나, 개헌 반대 여론에 막혀 개헌론의 대표적 주창자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조차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지금도 헌법 9조 개헌에 대한 반대는 물론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헌법해석의 변경을 통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아베의 의도에 반대하는 여론이 과반수이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한다면, 미국이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족쇄를 풀어줬으며 일본은 군사대국화로 향한 날개를 달았다는 등의 해석은 전후 일본 내의 헌법 개정 논의의 경과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강행하려는 아베 정권의 국수주의적인 외교행보가 최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일간에 벌어지고 있는 외교 분쟁에 의해 탄력을 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강행을 환영하는 미국의 반응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이 중국 정부이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의사 표명을 환영하고 있고, 한·미·일 공조를 바라며 한·일 간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미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결코 환영의 뜻을 표할 수 없는 이유는 아베 정권의 퇴행적인 역사인식 때문이다.

흔히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해 독일의 그것과 비교하여 비판한다. 아베 정권이 강행하려는 집단적 자위권에 반대하는 중국과 한국의 논리적 근거는 침략전쟁을 치렀던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다시금 군사력을 국외로 전개하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주장하는 일본의 헌법개정론자들 중에는, 독일이 전후 30여 차례의 개헌을 하였고 이미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근거로 제시한다. 두 가지 점에서 일본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독일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비판받지 않는 이유는 첫째, 독일은 침략전쟁의 역사를 깨끗이 청산하여 주변국들의 신뢰를 얻었고, 둘째, 독일군은 나토라는 다자간 안보 틀 속에서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를 깨끗이 계승하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다면 우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한·일 간 역사문제는 긴 호흡으로 끈질긴 대화를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하는 인식의 문제이지만, 안보문제는 국가의 존망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현재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환경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더하여 독일군과 나토의 관계와 같이 자위대의 활동을 제어할 수 있는 동북아 다자간 안보 틀의 구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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