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피로도, 교인 500∼1000명 중형교회 ‘최고’

국내 중형교회 목회자와 부교역자의 피로도가 특히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장신대 대학원 황영제씨의 석사논문 ‘한국목회자의 탈진 원인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교인 수 501∼1000명인 중형교회 목회자들의 피로도가 1.89점으로, 1000명 이상(1.70), 101∼500명(1.51), 100명 이하(1.50)보다 높게 나왔다.

이번 조사는 서울·경기지역 목회자 200명에게 15개의 질문을 하고 답변으로 각 1∼3점씩 점수를 매기게 해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3점에 가까울수록 피로도가 높은 것이다.

논문은 “대형교회는 부교역자 수도 많고 업무 분배가 원활한 반면 중형교회 목회자들은 업무 강도가 높고, 많은 성도들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직분별로는 부목사가 1.73점으로 전도사(1.63)와 담임목사(1.27)에 비해 피로도가 높았다. 지역별로는 지방 목회자들의 피로도가 1.77점으로 서울(1.57)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50대 목회자가 1.76점으로 30대(1.62점), 40대(1.55점)보다 높았다. 특히 50대 목회자들은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고, 다른 교역자나 성도와 친밀한 관계 맺는 것을 꺼리는 ‘비인격화’ 항목이 2.33점으로 30(1.47점)대와 40(1.42점)대 목회자들 보다 월등히 높았다.

피로도가 계속 높아질 경우 탈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안식년 등을 통한 정기적인 휴식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20년째 목회를 하고 있는 박모(54) 목사는 “성도들은 쉬지 않고 일하느라 휴가를 못가는 경우도 있는데 헌금으로 휴가비를 받아 휴식을 취한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면서 “안식년에 대한 (성도들의) 인식도 좋지 않아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억 장신대 목회상담학 교수는 “목회자는 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면서 “탈진하면 오히려 목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휴식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교단이나 신학교 차원에서 목회자 전담 상담소를 만들어 목회자들에게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치유하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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