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고승욱] ‘좌빨’과 ‘수꼴’, 일란성 쌍둥이

Է:2013-09-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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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고승욱] ‘좌빨’과 ‘수꼴’, 일란성 쌍둥이

‘5기통춤’으로 스타덤에 오른 크레용팝, 섹시한 이미지로 어필하는 걸그룹 시크릿의 전효성, ‘벚꽃엔딩’으로 중년층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버스커버스커의 김형태, 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를 누비는 영화배우 하석진, 1990년대 중반 데뷔한 랩가수 김진표….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 ‘일베충(蟲)’으로 낙인이 찍혀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부인하거나, 소속사가 기자회견까지 열며 구구절절 해명해야 했다. 네티즌들의 맹렬한 비난 속에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고, 출연키로 했던 광고가 취소되는 어려움마저 겪었다.

‘일베충’은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회원을 비하하는 말이다. 일베는 2010년 보수층을 대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글이 인기를 끌면서 ‘감정적 배설’로밖에 볼 수 없는 글들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전라도를 폄하하는 글이 시도 때도 없이 오른다. 성폭행 피해자를 난도질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익명의 그늘 아래서 ‘누구든 걸리면’ 마음껏 욕하고 있을 뿐이다.

‘일베충’ 낙인찍힌 연예인들

크레용팝이 사용한 ‘노무노무’ ‘절뚝이’, 전효성의 ‘민주화’, 김형태의 ‘종범’, 김진표의 ‘운지’라는 단어는 그 과정에서 독특하게 형성된 은어들이다. 이런 단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느냐 여부가 일베 회원을 다른 네티즌과 구별하는 척도가 된다. 하지만 이 말을 사용한 연예인들이 실제 일베 회원인지, 아무 생각 없이 SNS에서 유행하는 말이어서 사용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확인되지도, 중요하게 생각되지도 않았다.

최근 벌어진 ‘일베충’ 논쟁은 2013년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과 SNS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주체할 수 없이 넘치는 정보와 쏟아져 나오는 뉴스 속에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는 네티즌들의 모습이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감 없이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들에게 인터넷은 아무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무제한의 공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균형 잡힌 정론(正論)은 좀처럼 주목을 받지 못한다. 사회적·정치적으로 예민한 이슈는 ‘좌빨(좌익 빨갱이)’과 ‘수꼴(수구 꼴통)’이라는 난폭한 잣대로 재단될 뿐이다. ‘수꼴의 지옥’으로 불리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자칭 진보성향의 네티즌들이 모인다. 이들의 글 역시 난폭하고 선정적이다. 신중하거나 합리적인 의견은 무시되고, 심지어 배척된다.

‘좌빨’이든 ‘수꼴’이든 행태는 일란성 쌍둥이처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대신 네 편이냐 내 편이냐를 먼저 따진다. 편견과 선입관 속에 일단 아군과 적군이 정해지면 융단폭격이 시작된다. 과거에 잘못한 일을 찾아내 모욕을 주고, 누군가 캐낸 사진을 돌려보며 즐기는 것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학생의 사진이 인터넷에서 거침없이 유포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이 전혀 관계가 없는 엉뚱한 사람으로 드러났을 때 등장한 댓글은 더 놀랍다. “아니면 말고.”

인터넷에 正論 자리 잡아야

선진국, 개발도상국을 떠나 어느 사회나 극단적인 의견이 모이고, 표출되는 장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것이 그 사회에서 ‘감정의 하수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음도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인터넷은 도를 넘었다. 게다가 ‘여론’이라는 이름 아래 정치권의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되기까지 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결국 네티즌의 몫이다. 조미료를 잔뜩 넣은 맵고 짠 찌개는 이제 피할 때가 됐다.

고승욱 디지털뉴스센터 뉴스팀장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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