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추석민심과 정치권이 해야 할 일

“박 대통령은 여야 국정협의체 검토하고, 민주당은 천막당사 접어야”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 여론전’에서 판정패했다. 수치상으로 볼 때 그렇다. 추석연휴 직후 나온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휴 직전보다 6∼10% 포인트 하락한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5% 포인트 이상 올랐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혼외 아들’ 논란으로 사퇴한 채동욱 검찰총장 파동,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담 결렬 등 추석 밥상머리에 오른 정국 현안들에 대해 국민들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특히 연휴 이틀 전에 열린 3자회담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며 헤어진 장면이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 연휴 전날 박 대통령은 “야당이 장외투쟁을 고집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으나 “박 대통령의 불통정치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 발언에 상대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공감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지긋지긋한 ‘대립과 갈등의 정치’를 해소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의미다. 야당이 미덥지 않더라도 소통함으로써 상생의 정치를 이끌어달라는 뜻이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현재의 정치는 너무나 비정상이다. 먼저 양보하려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상대를 반드시 굴복시키고야 말겠다는 아집만 난무하고 있다. 대통령은 야당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외면한다고 각을 세우고, 야당은 사사건건 대통령을 윽박지르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세우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 사태를 정상화시켰다. 4대강 사업 재검토, 원전 비리에 대한 대대적 수사도 그 일환이다. 이에 대한 여론은 좋은 편이다. 이제 정치의 정상화를 위해 박 대통령이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국정운영의 한 축인 야당을 소홀히 여기면 국정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야당이 막무가내로 덤벼들더라도 만나서 풀려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당장 정국 경색으로 경제 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위한 법안들 처리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 아닌가. 그러면 국민들이 원하고,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경기회복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 대치 정국의 장기화는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대선 직후 ‘상생과 공생’을 강조했다.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왔던 역사의 고리를 끊도록 노력하겠으며,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서도 야당을 몰아붙이지 말고 야당과의 대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게 올바른 방향 아닐까 싶다. 그것이 추석민심에 부응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기억나는 게 있다. 김한길 대표가 5·4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직후 안보와 민생현안 해결을 위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참여하는 ‘여야 국정협의체’ 구성과 운영을 제안한 것이 그것이다. 4개월여 전의 제의이지만, 박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한 사안이라고 본다. 초당적인 국정운영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우리 정치는 한 단계 발전될 것이고,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도 한순간에 해소될 것이다.

민주당은 판정승을 거뒀다고 희희낙락할 계제가 아니다. 당 지지율이 올랐다지만 30%를 밑돌고 있다.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이고, 실체도 없는 ‘안철수 신당’보다도 낮다. 여전히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초라한 수치다.

민주당은 과거 10년간 두 차례의 총선과 두 차례의 대선에서 잇따라 패했다. 주요 요인은 수권정당으로서의 자격이 있음을 국민들에게 확신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 정당이나 후보를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데에는 능했지만, 막상 국민들을 위해 이러이러한 일들을 하겠다고 내놓은 대안들은 변변한 것이 없었다. 투쟁을 강조하는 지금의 민주당 모습도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추석 민심과 배치된다. 집권할 요량이라면 장외투쟁의 동력을 ‘뉴민주당플랜’ 제시에 쏟아부어야 한다.

논설위원 jh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