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진 해외건설… 리스크 관리 부실로 ‘비실비실’

해외 건설이 커진 몸집에 걸맞은 체력을 갖추지 못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국내 분양시장 침체 등으로 해외로 눈을 돌린 건설사들이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위험부담 역시 커졌다는 지적이다.

해외건설협회는 올 들어 23일까지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408억 달러로 6년 연속 4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연간 649억 달러를 수주했던 지난해 1∼9월 실적과 비교해 7% 정도 증가한 수치다.

해외 건설은 2007년 398억 달러 수주를 기록하며 급격히 늘었다. 2002년부터 2006년 사이 5년간 연평균 해외 수주액이 9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연평균 해외 수주액은 585억 달러에 이른다. 해외 비중이 늘면서 무게중심이 해외로 옮겨간 건설사도 늘었다. 정부 역시 해외 수주 1000억 달러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등 ‘5대 건설 강국’ 진입을 목표로 수립했다.

하지만 수주액이 늘어난 만큼 손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GS건설은 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 공사 현장에서의 손실로 올 1분기에만 5354억여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만 6946억여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SK건설도 해외 건설현장 부실이 원인이 돼 상반기 2618억여원의 손실을 입었다.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수주로 주목받으며 매출액을 급격히 늘렸던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올 2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입으며 3084억원 적자를 봤다. 세 회사는 수장이 모두 교체되는 아픔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1일 열린 ‘해외건설 잠재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긴급 토론회’를 통해 내년에 해외 건설에서 40억70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 수주 물량이 급증한 2009∼2010년 사이 수주한 공사의 준공 시기가 올해 말과 내년 초에 도래함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표면화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연구원은 손실 원인으로 수익성보다 수주 자체를 목적으로 한 저가 수주와 공기 지연 등 사업관리 역량 부족을 꼽았다. 발주처가 국내 업체 간 출혈경쟁을 이용한 데다 실행 원가가 입찰 당시보다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주 확대에 치중한 반면 리스크 관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손실이 표면화될 때까지 위험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은 해외 건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문제점이 노출될 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일부 기업에서 손실이 현실화된 것도 재무나 회계 파트에서 더 이상 손실을 감당할 수 없어 알려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당장 내년에 준공이 집중된 사업장에서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선 개별 사업장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건설 인력 확충과 시스템 개선 등 해외 건설 역량을 높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 해외 수주액이 600억∼7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지만 인력 체계는 여전히 100억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고, 회사의 역량이 개별 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최고경영자 단계에서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적 성장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쌓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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