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혜훈 (11) 기도로 세운 英 한인교회… 창립예배 날 눈물바다

목사님들께 이곳 사정을 설명하고 우리를 가르쳐달라고 부탁드렸다. 하지만 빨리 학위를 마치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사하셨다. “한 분이 전담하시면 부담되는 것 이해한다. 네 분이니까 1주일에 한 분씩 돌아가면서 말씀만 전해주는 방식으로 왕복 2시간 포함해 1주일에 4시간만 내주시라. 심방, 목양 절대 부탁 안 드린다”고까지 말씀드렸지만 답을 못하셨다.

처음에는 간절한 심정으로 애원했지만 나중에는 서운함, 원망, 질책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에티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내시가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빌립이 가르쳐 복음을 전하지 않았느냐. 가르치는 사람이 없으면 어찌 깨달을 수 있겠느냐” 등등 평신도 주제에 주의 종들 앞에서 넘지 못할 선을 넘으려 했다.

그 순간 ‘성령은 강압적으로 역사하시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 뜻이라면 자원하는 심정을 허락하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전화번호만 받고 헤어졌다. 네 분 가운데 말씀에 목마른 주의 백성들에게 가장 많은 부담을 느끼시는 것 같았던 박금일 목사님을 두고 집중적으로 기도했다. 오랜 노방전도의 경험에서 깨달은 것인데, 여러 사람을 그룹으로 만나 복음을 전해보면 꼭 그중에는 마음의 동요를 더 많이 보이는 사람과 그 사람의 동요를 막는 사람이 있다. 그럴 경우 재빨리 그 자리를 파하고 적당한 핑계를 대서 따로 만나는 것이 좋다. 막는 사람의 방해를 차단해야 하니까.

얼마 뒤 ‘정성껏 한국 음식을 준비했는데 한번 놀러 오시라’고 박 목사님만 청했다. 오시기로 한 날을 앞두고 성경 공부 가족 모두 기도로 준비했고 찬송은 ‘섬길수록 귀한 주님’을 골랐다. 박 목사님도 많은 은혜를 함께 나눴지만 결단은 하지 못했다. 돌아가시는 박 목사님께 “고넬료에게 말씀하신 하나님께서 베드로에게도 동일하게 말씀하셨듯 우리에게 주신 응답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목사님께도 동일한 응답을 주실 줄 믿습니다. 저희들은 믿고 기다리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날 이후 우리들은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도록 간절히 기도드렸다.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박 목사님이 전화해 성령께서 강권적으로 내 모시는 것 같다며 그날 이후 공부도 안 되고 향후 목회 방향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워 오래 기도했는데 우리를 돕기로 결정했다고 하셨다.

영국교회를 빌려 정식으로 주일예배를 드리는 레스터 한인교회가 세워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내가 대학 시절부터 기도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자리를 얻었다. 2년간의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던 그 주에 레스터 한인교회 창립예배를 드렸다. 온 교회가 눈물바다가 돼 감격과 감사의 예배를 하나님께 올려 드렸다.

레스터 한인교회는 영적으로 풍성해지고 성장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그대로였다. 우리 집에서 성경 공부 하던 때에 비해 박 목사님과 사모님, 자녀인 샤론이 아론이가 늘어났을 뿐이었다. 교인들은 대부분 가난한 어학연수생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힘 닿는 데까지 선교비를 보냈지만 역부족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무탈하게 박사과정을 잘 마쳤을 박 목사님을 괜히 끌어들여 온가족을 고생시키는 것 아닌가 미안한 마음이 커져갔다. 외환위기로 어학연수생들이 대폭 줄어 교인이 거의 없다시피 했을 때는 레스터에 한인교회를 세운 일이 과연 하나님의 뜻이었는지, 괜한 나의 고집이었는지 헷갈리기까지 했다.

정리=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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