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혜훈 (6) 아뿔사! 예비 시부모 두분 다 독실한 불자라니…

Է:2013-09-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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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혜훈 (6) 아뿔사! 예비 시부모 두분 다 독실한 불자라니…

2013년 한국은 미국과 큰 차이가 없지만 1988년에는 판이하게 달랐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풍요와 자유가 넘치는 땅이었다. 하지만 미국사회에서 비주류일 수밖에 없던 나는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꼈다.

첫 겨울방학 때 미국 학생들은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고 기숙사가 텅 비었다. 나는 비행기 값이 아까워 한국에 들어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첫 일주일은 식당도 문 닫고 직원들도 휴가라 자판기 스낵과 음료수마저 동이 나 먹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미국에선 차 없이는 한 발짝도 떼기 힘든데 차가 없으니 꼼짝없이 굶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미국까지 와서 굶는다는 게 웬 말인가’ 하고 서글퍼하고 있는데, 차가 한 대 서더니 문이 열렸다. 무심코 바라보는데 알고 지내던 과 선배 한 명이 내렸다. 자기도 작년에 기숙사에 있으면서 겨울방학 때 같은 경험을 했는데 지금쯤이면 자판기도 텅텅 비었을 것 같아 코리아타운에 데려가서 순두부라도 먹이려고 왔다고 했다. 눈물이 왈칵 났다. 햄버거라도 감지덕지할 판인데 한국음식이라니 그것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두부라니. 남편과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남편은 원래 교회에 다닌 적이 없지만 나를 만나고부터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남편과 결혼을 약속하고 집에 말씀드렸다. 유학을 가겠다고 처음 말씀드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걱정이 심하셨다. 당시 은사이시던 한승수 전 총리께서 ‘유학만 보내주시면 시집은 책임지고 보내겠다’고 설득하셔서 겨우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결혼하겠다고만 하면 우리 집에선 두 말없이 환영해 줄 줄 알았다. 그런데 집에서는 “믿지 않는 자와는 멍에를 같이 메지 말라고 했는데 안 된다”며 반대부터 하셨다. 교회에 나오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말씀드려 겨우 상견례를 하게 됐다.

여름방학 기간에 한국에 들어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양가 상견례를 하는 날 사건이 터졌다. 우리 집은 당연히 목사님 주례로 교회에서 결혼식을 해야 한다고 했고, 시댁 어른 되실 분들은 스님 하객들이 대부분이라 절대 불가라고 반대했다. 처음에는 식장과 주례문제로 의견이 달랐는데, 나중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으로까지 확대돼 서로 깊은 상처만 받고 ‘없던 일로 하자’며 헤어졌다.

공무원으로만 알고 있던 시아버님 되실 분은 국회의원들 중 불자들의 모임인 정각회 회장을 오랫동안 하신 분이셨다. 시어머님 되실 분도 조계사 신도회장을 맡을 정도로 독실한 불교 신도셨다. 간극이 너무 컸다.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 나이가 되도록 평생 미팅 한 번 안 해 보고 그런 문제엔 대담하지 못한 나로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느 누구와도 의논조차 할 수 없었다. 오직 하나님께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몇 시간 씩 앉아 있었다. 처음엔 기도도 할 수 없었다. 아무 말도 나오지도 않았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결혼에 대해 성경에서 말씀하신 것에 어긋나는 것이 있는지 혹시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매일같이 평생을 읽어 온 성경이었지만 다시 66권 전체를 통독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하나님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나요. 하나님 제게 말씀해 주세요.’ 내 영혼이 쇠잔해지고 내 뼈가 녹아내리는 그 심정을 모두 하나님께 아뢰었다.

정리=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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