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발언대] “재발 암 환자, 신약 혜택 못 받는 일 없어야”
영정 사진을 찍었다. 유방암이 뼈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은 직후였다.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은 십 년도 더 된 일이다. 당시 수술과 항암화학치료는 고통스러웠지만 암을 이겨내는 과정이라 견딜 수 있었다. 수술 후 10년, 완치 판정을 받은 지도 벌써 5년이 지났기에 나는 내가 암을 이겨 낸 사람이라 여기며 살았다. 그런데 암이 재발했다. 나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 바람에 시장에서 남편과 같이 하던 장사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투병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보다도 함께 암을 이겨내 주었던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앞섰다. 영정 사진을 보고 오래 살라던 손녀의 말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진행성 유방암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치료는 많지 않다고 했다. 완치 방법이 거의 없어 대개 생명을 연장하는 수단만 강구할 뿐이다. 완치 가능성도 희박한데 고통스러운 항암화학치료를 다시 받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항암화학치료를 받다가 고통 속에서 신음하며 돌아가신 분들도 주변에서 봐 온 터였다. 그래도 나에게 희소식은 항암화학치료보다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 훨씬 효과가 좋은 약이 작년 말에 나왔다는 것이었다.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항암화학치료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부작용을 보이는 표적치료제라고 했다.
대안이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떤 것이든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 약값이 만만치가 않다. 보험도 되지 않는 약이다. 그래도 지금은 결혼한 두 아들이 십시일반 도와주고 있지만 1년이 지나도 내가 이 약을 계속 먹겠다고 고집할 수 있을까. 자식에게 부담으로 남고 싶지 않은 마음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최근 정부에서 4대 중증 질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하루하루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는 진행성 암환자에게는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시간이 많지 않기에 자식들 도움으로 먹고 있는 이 약이 보험이 될 때 아마 나는 그 혜택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몸이 아픈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운 재발암 환자들에게도 희망의 소식이 들려오길, 오래 곁에 남아 달라는 손녀딸의 소원이 이뤄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구미 / 진행성 유방암 환자 임영희(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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