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태원준] 매카시즘과 내란음모

Է:2013-09-0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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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태원준] 매카시즘과 내란음모

지난주는 롤러코스터에 탄 듯했다. 아무리 ‘다이내믹 코리아’라 해도 국가정보원장의 ‘신종 매카시즘’과 진보당 국회의원의 ‘내란음모’를 같은 주에 나란히 뉴스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우파와 좌파의 극단을 상상할 때 떠오르는 가장 과격한 용어들이 경쟁하듯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한국 사회 이념 스펙트럼의 양끝에 있다. 지난주 두 사람이 제공한 뉴스는 어지러울 만큼 극과 극이다.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복기(復棋)가 필요할 것 같다.

월요일(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원 전 원장을 피고인석에 앉혀 놓고 ‘국정원 댓글 사건’ 첫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1시간30분 동안 국정원법·선거법 위반 혐의를 설명하며 그가 재임 시절 국정원 회의에서 했던 몇몇 발언을 소개했다.

“인터넷이 종북좌파 세력에 점령되다시피 했다. (국정원) 전 직원이 청소한다는 자세로 오염된 국민의 생각을 정화시켜야 한다… 정부 여당을 비난하는 게 있다면 우리 국민도 북한과 다를 게 없다… 판사도 이미 적이 돼서 사법처리가 안 될 거야. 그 사람들도 다 똑같은 놈들일 텐데… 야당 인사라도 정부를 지지하면 밀어버릴 필요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도 잘 차단하라.”

검찰은 법정에서 원 전 원장의 행태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릇된 종북관을 갖고, 북한과 유사한 주장을 하는 사람과 단체에 근거 없이 낙인을 찍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적 국정수행이 곧 국가안보라는 인식에서 여론을 조작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다.”

이틀 만인 수요일(28일) 국정원이 진보당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을 체포하며 이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가 알려졌다. 금요일에는 이 의원 비밀조직의 회합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 의원과 조직원들의 발언에 이런 대목이 있다.

“북한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야. 다 상을 받아야 돼. 우리(남한)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적이야… 지배세력이 형성해온 60년 정세를 무너뜨려야 한다. 저들은 절대 그냥 물러나지 않을 거야. 전쟁을 준비하자. 빈손으로? 정치·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 인터넷에 무기 만드는 기초가 나와 있다… 직접적인 발발이 있을 때 수뇌부를 지켜야 한다. 대표님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체계를 갖추자.”

1980년대 학생운동권에 주체사상을 전파한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 의원과 경기동부연합을 “비이념형 종북(從北)세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들은 이론 개발보다 북한의 노선을 추종하고 반미 활동을 하며 정체성을 유지한다. 기본적인 이념 기반도 없이 혁명을 꿈꾼다.”

매카시즘과 내란음모의 ‘말’들은 섬뜩했다. 같은 사회의 누군가를 적으로 규정하고 ‘밀어버리라’거나 ‘무너뜨리자’고 했다. ‘정부 여당을 비난하면 북한과 다를 게 없다’ ‘북한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란 식이어서 논리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인터넷을 댓글로 청소하라, 인터넷의 무기 제조법을 배우자는 대목은 유치해 보이기까지 했다.

지난주는 한국사회가 좌우 양쪽에서 이런 극단주의의 위험에 놓여 있었음을 보여줬다. 검찰이 규정했듯 매카시즘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고, 내란음모는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체제 전복을 기도했다. 이를 찾아내 심판대에 세우는 우리 사회의 자정 기능을 다행스러워해야 할지, 두 극단이 정부와 국회에 둥지를 틀도록 놔둔 걸 자탄해야 할지 헷갈린다.

아무튼 국민들은 한동안 극과 극을 오가며 매카시즘 법정 공방과 내란음모 수사 속보를 지켜보게 됐다. 참 황당한 일이다.

태원준 사회부 차장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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