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대의 영성] 용혜원 목사의 ‘공책 예찬’
베스트셀러 시인이자 명강사인 용혜원(61·사진) 목사에겐 ‘낯선 두 가지’가 있다. 뚜껑 달린 구식 휴대전화와 검정 표지의 낡은 공책 한 권. 이 휴대전화도 강의 요청이 쇄도할 무렵인 9년 전 처음 개통했다.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 ‘용혜원 사랑 시집’ ‘나사렛 마을 시인 예수’ 등 지난 25년간 용 목사가 출간한 책들만 173권에 이른다. 게다가 지금까지 8000회 이상 강의를 다녔는데, 목사는 아직도 20년 전 그대로다.
-좀 답답하지 않나.
“대화할 때 ‘카톡 카톡’ 하고 오면 신경 쓰여 소통이 되겠나. 카톡이나 페북하면 일일이 대답해주느라 시간을 뺏겨 성경 보고 묵상할 시간이 그만큼 준다. 페북 친구가 수천명이면 뭐하나. 외로울 때, 절박할 때 내가 기도하면 나를 만나줄 분은 하나님뿐이다. 그분과 교제하면 된다.”
지난 29일 경기도 고양시 마두동의 한 커피숍에서 1시간 남짓 대화하는 동안 용 목사의 휴대전화는 서너 차례 울렸다. 하지만 목사는 인터뷰에 집중했고 대화를 마친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 모두 강의 요청이었다. 바로 낡은 공책을 펴고 일정을 확인했다.
-스마트폰 플래너를 이용하면 편리한데.
“펜을 잡고 종이에 글씨를 쓰는 이 느낌이 좋다. 수시로 메모도 하면서 상황에 집중할 수 있다. 남들은 내가 바쁘게 돌아다니니 당연히 비서나 자동차가 있는 줄 안다. 빼곡하게 써놓은 이 낡은 노트가 내 비서다. 면허가 없어 기차, 버스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다. 차가 없어도 얼마든지 갈 수 있는데, 감사하게도 나를 데리러 중형차가 오기도 한다.”
용 목사는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아날로그로 사니 장점이 많다고 했다. “온갖 기기들에서 자유로우니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몰입해 말씀을 보니 10시간이면 성경통독을 하고 두툼한 책도 2시간이면 읽는다. 산책할 때도 보이지 않던 야생화가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자연을 보면서 짧은 시들도 여러 편 썼다. 가령 이런 식이다.
제목 ‘해바라기’. 해바라기 목덜미를 누가 간지럽혔으면 저렇게 신나게 웃고 있을까. 제목 ‘아침이슬’. 풀잎마다 밤새도록 한 맺히게 슬펐나 보다. 이른 아침에 풀잎마다 눈물이 고여 있다. 제목 ‘버섯’. 차갑고 쌀쌀한 세상 비 맞고 살기 싫어 우산부터 쓰고 나왔구나.
-인생을 즐겁게 사신다.
“크리스천에겐 느리지만 기다릴 줄 아는 ‘아날로그 신앙’이 필요하다. 기계의 노예가 되지 말고 머리와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이 복으로 채워주신다. 그게 내게는 몰입해 시를 쓰는 삶이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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